[취재수첩] 4대 금융지주 실적 발표 '꼼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공개
여론 관심 적은 금요일 택해

박상용 금융부 기자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지난 22일. 금융권 안팎에선 때아닌 음모설이 돌았다. “금융지주들의 실적 발표 날짜가 수상하다”는 의혹이었다. 무슨 얘길까.

4대 금융지주가 같은 날 기업설명회(IR)를 열고 한꺼번에 실적을 발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KB금융은 주로 목요일에, 하나금융은 금요일에 실적을 공개했다. 일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 날짜가 겹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일정은 달랐다. 통상적으로 동종업계에 있는 기업들은 같은 날 실적을 내놓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언론과 시장의 시선이 분산돼 기업 홍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실적 발표일이 ‘금요일’이었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금요일은 언론의 주목도가 가장 낮은 날로 꼽힌다. 금요일에 제작되는 토요일자 신문은 평소보다 지면이 적고,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발행하지 않는 언론사도 많다. 금요일 방송 뉴스도 시청률이 낮다. 바로 주말이 이어져 여론의 비판 동력도 약해진다. 이 때문에 정부나 기업은 불리한 내용을 발표할 때 금요일에 한꺼번에 쏟아내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은 어땠을까. 시장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이들 금융지주는 올 1분기 4조639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16.9% 급증했다. 1분기 순이익이 4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KB금융(1조4531억원)과 신한금융(1조4004억원), 우리금융(8842억원)은 분기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여론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들 금융지주에 속한 4대 은행이 과도한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선제적으로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적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올려 이자 이익을 크게 늘렸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평균 대출 금리와 수신 금리의 차이는 지난해 12월 1.55%포인트에서 지난 2월 1.86%포인트로 벌어졌다.4대 금융지주 행보를 놓고 ‘금요일에 뉴스 쏟아버리기(Friday news dump)’ 의혹이 나온 이유다. 금융권 안팎에선 “4대 금융지주가 비판을 최대한 모면하려고 금요일을 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미리 짜고 친 것” “은행들의 꼼수”란 얘기도 나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펄쩍 뛰며 “공교롭게 날짜가 겹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왜 나왔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증하는 이자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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