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콩·아마씨…페인트 3社 '친환경 전쟁'

KCC·노루·삼화 모두 뛰어들어
제조 과정 탄소 배출량 '절반'
유해물질도 최대 50% 줄어

바이오 도료, 비싼 가격이 단점
대량생산으로 가격 더 낮춰야
삼화페인트 연구원들이 경기 안산 연구소에서 바이오 도료를 개발하고 있다. 삼화페인트 제공
페인트업계 ‘빅3’인 KCC와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가 친환경 페인트 전쟁을 시작했다. 옥수수기름 등의 식물성 원료를 미생물과 효소로 처리해 석유화학 성분을 대체한 ‘바이오 도료’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도료는 석유화학 기반 페인트 제품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최대 50%가량 적다.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도 절반 이하다.

KCC, 바이오 도료 7월 출시

24일 페인트업계에 따르면 건자재기업 KCC는 오는 7월 바닥재용과 벽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축용 바이오 도료 2종을 선보인다. 노루페인트는 이에 앞선 작년 8월 국내 페인트 제품 중 최초로 건축용 바이오 도료 2종을 개발해 미국 농무부 바이오인증(USDA)을 받았다. 삼화페인트 역시 최근 실내·외 인테리어용 바이오 도료를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2월에는 방화문 등 건축자재에 주로 사용되는 선도장(PCM) 컬러 강판용 바이오 도료 개발도 마쳤다.

바이오 도료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원료인 식물성 원료는 쉽게 분해돼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쉽게 발리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색감과 광택을 내야 한다는 것도 페인트 회사에 주어진 과제였다.

페인트 회사는 다양한 ‘조합’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옥수수, 아마씨, 콩, 코코넛 등 30여 종류가 넘는 식물성 원료를 섞었다. 콘크리트, 목재, 철근 등 다양한 소재에 바른 뒤 비와 바람, 직사광선과 같은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 견디는 실험도 2년 이상 거듭했다.석유화학 제품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하는 기술은 ‘화이트 바이오’라고 불린다. 페인트업계에서는 화이트 바이오 시장이 2019년 281조원에서 2028년 650조원으로 매년 10.1% 이상씩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도료 시장을 특정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고객사 수요가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고 보고 제품 개발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1.5배 비싼 가격은 부담

페인트 3사가 앞다퉈 바이오 도료를 내놓으면서 고객사인 건설사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ESG 지표 개선과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오피스텔 단지에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는 것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또 개별적으로 페인트를 구입해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바이오 도료는 기존 석유화학 성분에 기반한 페인트보다 비싸다. 기존 건축용 페인트 한 통(18L) 가격은 10만원 선이지만 바이오 도료는 15만~17만원을 받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 최근 건축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건설사가 건축자재 단가 인상을 최소화하려 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도료를 선뜻 선택하겠냐는 지적이다.페인트업계는 바이오 도료 시장의 성패가 ‘가성비’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발 빠르게 대량 생산체계에 들어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업체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페인트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도료 시장의 승자는 건설사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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