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실탄 쏟아붓는다…'리셀 플랫폼' 덩치 키우기 경쟁

네이버, 패션 커뮤니티 등 2곳 인수
무신사, 두나무와 400억 추가 투자
한정판 스니커즈 등의 개인 간 거래(C2C)를 중개하는 리셀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네이버와 무신사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각 지난해 595억원, 157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실탄’을 끊임없이 쏟아붓고 있다. e커머스업계에선 다양한 품목의 중고 거래로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C2C 플랫폼 1위인 당근마켓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인 크림은 지난해 6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을 비롯해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스탁엑스와 경쟁하기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최근 2년간 유지한 탓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추가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국내 최대 명품 커뮤니티로 꼽히는 시크먼트를 70억원에 인수하고, 중고 패션 거래 플랫폼인 콜렉티브 경영권을 55억원에 취득했다. 작년 8월에는 나이키의 네이버 커뮤니티인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크림은 얼마 전 솔드아웃과 가품 논쟁을 일으켜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모회사인 무신사와 가상화폐거래소인 두나무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은 솔드아웃도 크림에 대항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드아웃은 서울 성수동 외에 상품 검수센터를 한 곳 더 열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미 성수동에 검수센터가 있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무신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1차 배경은 리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스탁엑스만 해도 2020년 거래액이 18억달러(약 2조22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두앱 거래액도 2019년에 이미 11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넘었다. 국내 시장 규모는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하지만 e커머스 전문가들은 양사의 시선이 C2C 플랫폼 구축에 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해외 브랜드 유통만 해도 병행수입업자가 플랫폼에 들어와 물건을 판매하는 발란, 머스트잇 등 오픈마켓형 플랫폼에서 점차 개인 간 거래로 진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 품목을 확대하면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경쟁도 가능하다.

네이버와 크림은 상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주는 시스템을 정착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C2C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서 발생하는 ‘짝퉁 논란’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신 소비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글로벌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는 미국에서 거래 수수료 8~10%를 부과하고 있고, 네이버 크림은 국내에서 상품 가격의 1%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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