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반값 선풍기' 불티나게 팔린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비교적 저렴한 냉방가전으로 통하던 선풍기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다. 선풍기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의 원재료인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이 치솟은 데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물류비 부담까지 커지면서다. 제품 가격이 치솟자 소형 가전시장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각종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보단 꼭 필요한 기능만 담은 대신 가격 거품을 덜어낸 '디버전스'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선풍기 가격 20% 가량 올라

15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선풍기 가격이 전년 대비 15~20% 가량 전반적으로 인상됐다. S사의 스탠드 서큘레이터는 지난해 여름 13만9000원에서 올해 16만9000원으로 21.6% 올랐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저소음 선풍기는 같은 기간 12만9000원에서 14만9000원으로 15.5% 인상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난 L사의 스탠드 선풍기도 5만8000원으로 지난해(4만9000원)에 비해 가격이 18.3% 높아졌다.구리와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원재료 가격 급등이 선풍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달 알루미늄 가격은 t당 3491달러(약 430만원)으로 1년 전(2194달러·약 270만원)에 비해 59.1% 급등했다. 알루미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 규제를 이유로 생산량을 조절한 여파다.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인 러시아에 경제 제재가 가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1만375달러(약 1280만원)으로 1년 만에 18.0% 뛰었다.

업계에선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어 수요가 늘어나면 선풍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이미 선풍기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12일 선풍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1%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 성수기에는 지난해에 비해 선풍기 가격이 3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 군살 뺀 '디버전스' 가전 인기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제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은 가전 시장의 트렌드도 바꿨다. 과거에는 여러 가지 최신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 대신 가격도 낮춘 디버전스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이마트에서 팔고 있는 노브랜드 표준형 선풍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수면풍, 자연풍, 3D 회전 등 프리미엄 제품에 들어가는 기능을 빼고 풍향 조절과 타이머, 좌우회전 등 필수적인 기본 기능만 넣었다. 대신 가격은 3만원대로 경쟁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이 제품은 이달 1~12일 이마트 전체 선풍기 판매량의 34.2%를 차지하며 판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비데 역시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 인기다. 올 1분기 이마트 비데 판매순위 1위 역시 디버전스 제품인 '일렉트로맨 건조119 비데'가 차지했다. 이 제품은 자동 물내림, 탈취 등의 기능을 빼고 세정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 대신 경쟁사 제품에 비해 가격을 30% 가량 낮췄다.

양승관 이마트 바이어는 "물가 상승에 따라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프리미엄 제품보단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 디버전스 제품의 인기가 가전 시장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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