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행사 나선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상황 장기화할 수도"

시공사업단 공사중단 사유 입장문 발표
조합은 '계약 해지'…강 대 강 대치 예고
이주비·사업비 등 조합원 부담 증가 전망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결국 멈춰선 가운데, 유치권 행사에 나선 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시공사업단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빠른 입주를 위하여 현재까지 여러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약1조7000억원의 외상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비와 별개로 시공사업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를 통해 조합 사업비 대출 약 7000억원도 조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사유를 알린다"고 밝혔다.시공사업단이 밝힌 첫 이유는 조합이 공사 도급 변경계약을 부정하는 점이다. 2019년 12월 조합 임시총회에서 당초 1만1106가구였던 가구 수를 1만2032가구로 늘리고,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공사계약을 변경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2020년 6월 공사비도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5586억원 증액해 공사 도급 변경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조합이 집행부 변경 이후 이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합은 16일 임시총회를 열 예정인데, 1호 안건은 '2019.12.07. 임시총회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 취소의 건'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계약 변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비 증액 계약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것이 현재 조합의 주장이다. 시공사업단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적법한 계약을 조합이 부정하고 있어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이 단지 내 견본주택에서 연 공사중단 설명회 모습. 사진=한경DB
이어 시공사업단은 "조합은 일방적인 설계도서 제공 지연, PVC 창호 확정 지연, 공사중지 요청 등을 통해 9개월이 넘는 공기 지연을 야기했다"며 "합의된 마감재 승인을 거부하고 아파트 고급화 명분을 앞세워 특정 회사의 마감재 적용을 지시하는 등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마지막은 공사 재원 고갈이다. 시공사업단은 "현재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외상 공사를 진행했다"며 "공사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분양 수입이 유일하다. 조합이 시공사업단의 분양업무 추진 요청을 무시하며 현재까지도 조합원 및 일반분양 일정 등을 확정하지 않아 더 이상의 자체적인 재원 조달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님들께 매우 죄송스럽고 유감스러운 마음과 이주비 및 사업비 대출 연장 등 조합의 시급한 사안에 대한 걱정을 전한다"며 "왜곡된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있는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단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공사중단' 현수막을 떼고 '유치권 행사' 현수막을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공사업단은 이날을 기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모든 장비와 인력을 철수시켰다. 유치권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공사장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공정률이 52%에 달하는 서울의 대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에 유치권이 행사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둔촌주공은 5930가구를 철거해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지면 별도 총회를 열고 계약 해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만약 계약이 해지될 경우 조합은 당장 이주비·사업비 대출 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합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여받은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2800억원 수준이다. 사업비 대출도 오는 7월이 만기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4786가구 규모로 예정됐던 일반분양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공사업단과 계약이 해지되면 둔촌주공 현장에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률이 50%를 넘었고 소송비용과 각종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에 사업을 이어 맡을 건설사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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