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사기엔 좀…" 서울 아파트 '줍줍'마저 미달 났다

서울·인천 '줍줍' 일부 면적대 미달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 완판 '발목'
서울 주택가에서 바라본 강북구. 사진=뉴스1
수도권 청약시장이 예전만 못하다. '흥행 불패' 서울과 '인천의 강남' 송도국제도시에서 진행한 '줍줍'(무순위 청약)에서도 수요자를 찾지 못하면서 미달 물량이 나왔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올해 들어 강화된 대출 규제와 껑충 뛴 금리로 실수요자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도 주춤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점도 수요자들이 망설이는 이유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198가구 모집에 526명이 청약해 평균 2.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2개 면적대 가운데 5개 면적대는 가구 수보다 적은 청약자가 몰렸다. 전용 19㎡A는 40가구 모집에 20명이 접수했고, 나머지 19~23㎡의 4개 주택형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럭스오션SK뷰'도 129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에 186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1.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개 면적대에서 미달했는데, 모두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형이었다. 전용 84㎡B는 18가구 모집에 10명이 접수해 8가구가 미달했고, 전용 84㎡E도 53가구 모집에 47명이 도전해 모집 가구 수에 미치지 못했다. 전용 84㎡C도 25가구 모집에 24명이 청약해 1가구가 미달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보유, 무주택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당첨되더라도 재당첨 제한이 없다. 청약 문턱이 높지 않은 데도 미달 물량이 나온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만 해도 분양물량이 나오기만 하면 완판 행진이 계속됐던 수도권 청약시장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변했다. 이들 단지가 줍줍에서도 고배를 마신 것은 '가격'이 때문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에서 가장 넓은 면적대인 전용 78㎡ 분양가는 11억4120만원(최고가), '송도 럭스오션SK뷰' 전용 84㎡는 9억1000만원(최고가) 등으로 인근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분양가가 형성됐다.지난해 급등한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줄면서 수요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4일) 기준 수도권 집값은 0.02% 하락해 지난 1월 마지막 주(31일) 이후 10주 연속 완만하게 내리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금리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자금 마련 환경이 악화했다"며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도 퍼지면서 상승 기대감이 줄다 보니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내리면서 청약통장을 아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분양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 등에 따라 청약시장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다.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은 꾸준히 청약에 도전하겠지만 이전보다 더 꼼꼼하게 조건을 따져가면서 청약에 나설 것"이라며 "단지 별로 분양 성패가 뚜렷하게 나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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