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의회 추경안 놓고 '샅바싸움'

오세훈 공약 확 깎고…
시의원 지역구 예산은 늘리고

본회의 처리 무산…일정 차질
"접점 협상 진행 중…11일 확정"
올해 첫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둘러싼 시와 시의회 간 신경전으로 애초 8일로 예정됐던 예산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른바 ‘오세훈표’ 사업 예산 반영을 놓고 양측 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심사 자체가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의회는 이날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임시회 회기를 오는 11일까지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추경안은 이날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본심사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예정된 날짜를 넘기게 됐다.
양측의 갈등은 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불거졌다. 시의회는 지난주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오 시장의 공약사업인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77억5000만원), 서울 영테크(6억8000만원), 서울런 구축(32억4000만원) 등의 예산을 칼질했다. 시의회는 해당 예산들이 추경에 반영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호평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추경안이 제출되기 전까지 코로나19 방역과 일상회복, 민생 지원에 집중된 사업으로 편성해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추경안에) 오 시장의 역점사업이 대거 포함돼 황당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 내부에서는 오히려 시의원들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역 예산을 대거 끼워 넣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일부 자치구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설치와 도로 개선 사업 예산으로 182억원을 증액했다. 문화본부 예산 심사에선 자치구 거리 조성, 사찰 정비 지원, 축제 육성 등에 168억원을 늘렸다.오 시장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시의회가 특정 사업 예산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이번 추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편성하면 시급성 없는 현금성 지원인데, 의회의 지역사업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민생 예산이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양측은 주말 동안 협상을 이어간 뒤 11일 본회의에 최종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 협상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경우 본회의는 재차 연기될 수밖에 없다.

시의회 관계자는 “계수조정을 통해 11일이면 예산안 처리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역 예산과 오 시장 공약 사업 예산 사이의 접점을 찾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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