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가 펜타곤 자문하듯"…민간 인재풀로 관료사회 깨운다

민관합동위원회에 전·현직 CEO 중용

백지신탁·인사청문회 '족쇄'
장·차관직 꺼리는 기업인 중용

골드만·MS 경영진 관직 기용
미국 시스템 적극 벤치마킹
인재풀 확대·공무원 사회 긴장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을 둘러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계 입문 전부터 민간의 유능한 인재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지 못하는 관료 시스템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국정을 이끄는 고위 관료들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시대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를 준비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면서도 인사청문회나 주식 백지신탁 등을 거론하며 손사래를 쳤다. 윤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회를 신설해 민간 영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하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이를 통해 청와대 조직과 운영 방식도 개혁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업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용

윤 당선인은 과거 검찰 재직 시절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등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을 수사하면서 민간 기업들의 유능한 인재풀을 직접 경험했다.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 법과 제도, 관료 조직으로 민간 기업의 경쟁력이 제한되는 사례도 다수 경험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정부 고위층에 기업 경험, 시장 경험이 있는 사람을 기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의 이런 구상은 지금의 청와대 조직과 제도로는 현실화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기업인들을 관직에 기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백지신탁 제도와 인사청문회 제도가 대표적이다. 백지신탁 제도는 기업인의 공직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족쇄라는 비판을 받는다.

검찰 재직 시절 경험했던 민관합동위원회 조직도 영향을 미쳤다. 윤 당선인은 검찰 개혁을 위해 출범한 검찰미래발전위원회에서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내는 시너지 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당시 만났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간사와 인수위원으로 내정됐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관료 사회 보완

윤 당선인은 민관합동위원회가 민간 영역의 인재풀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료 시스템을 보완·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혁신을 위한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청와대 개혁 방안에 분야별 민간합동위원회 설치를 별도로 공약한 이유다. 윤 당선인은 선거 당시에도 청와대 개혁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 조직은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간합동위원회로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의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기업인을 중용하려는 이유다.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장으로부터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 직접 보고받겠다는 생각”이라며 “핵심 과제의 경우 대통령 앞에서 민간 위원들과 장·차관들의 토론을 붙이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경제단체장들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선 “공무원들이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하려고 하고 갑질하면 바로 전화하시라”고 약속했다.

◆미국식 관료시스템 벤치마킹

선진국 사례도 참고가 됐다. 윤 당선인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 경영진,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IB)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정부 고위직에 기용되는 미국식 관료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9월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방산 분야 매출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국방부의 첨단기술에 지출하는 비용이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방부의 기술 개발은 조 바이든 대통령 직속의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가 독려했다. 지난해 초엔 “실리콘밸리와 미국 정부가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도 냈다. 이 조직의 수장이 전직 구글 CEO인 에릭 슈밋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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