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에서 분산투자 필요할까? [한경 코알라]

백훈종의 알쓸₿잡
3월 23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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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투자란?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만약 수중에 투자금 100만 원이 있다면 한곳에 몰빵(?)하지 말고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하라는 얘기다. 여러 투자 중에서도 항상 더 위험한 투자가 있기 마련이고, 업종 및 시장마다 변동성을 겪는 시기가 다르다. 정보기술(IT)처럼 역동적인 산업이나 암호화폐처럼 한창 규제와 조사의 대상이 되는 산업은 변동성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지역별로도 각기 다른 이벤트가 일어나 국지적 불확실성을 초래하여 변동성의 원인이 되는 일도 있다.투자자는 분산투자를 통하여 특정 시장이나 산업에 수반되는 위험을 분산함으로써 손실이 가중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예컨대 주식,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과 국채, 현금과 같은 경기 방어적 자산을 조합하여 투자할 때 장기적으로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한층 더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분산투자 전략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포트폴리오 이론'은 1990년 해리 마코위츠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줄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같은 위험도를 지닌 두 개의 투자상품이 있다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것을 택할 것이고, 반대로 수익률이 같은 두 상품이 있을 때는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낮은 것을 택할 것이다. 포트폴리오 이론은 위험도와 적정한 기대수익을 고려하여 효율적인 투자 비율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위험 수준에 따른 더 높은 기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산투자에 대한 오해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주장하는 분산투자의 장점은 분명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요즘 투자자들과 대화해보면 많은 사람이 분산투자의 진짜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군데 돈을 나눠 투자하면 무조건 분산투자라고 생각하는 등이다. 아래 예시를 읽어보고 자신이 해당하는지 판단해보자. 만약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분산투자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① 적금상품, 보험상품, 펀드 상품, 외환, 개별주식, 개별코인,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조각 투자 - 이 중 5개 이상의 자산군을 보유 중이다.

② 주식이나 코인을 10종목 이상 보유 중이다.

③ 개별종목은 사지 않고 무조건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만 투자한다.위 3가지 유형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투자자의 문제점은 평소 투자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연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분산투자는 자신의 무지에 대한 보호장치일 뿐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내가 투자하는 주식을 충분히 공부해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 그것 외에 다른 곳들에 투자할 리가 없다는 뜻이다. 버핏 자신도 몇 종목 안되는 포트폴리오를 장기간 보유하여 지금의 성공을 거둔 인물로 유명하다. 웰스파고(은행), 크래프트하인즈(케첩 브랜드),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은행), 코카콜라에 약 65%를 투자했다. 특히 코카콜라 주식은 무려 57년 넘게 보유하는 중이다.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에서 버핏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회사 지분의 100%를 갖고 있고, 이 회사가 당신의 유일한 자산이며, 앞으로 100년 이상 이 회사를 팔거나 합병할 수 없다는 각오로 회사를 경영해주시오."

비트코인 전도사로 유명한 마이클 세일러는 엄청난 양의 비트코인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20년째 CEO를 역임 중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총 12만5051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보유액 총규모는 37억8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세일러 개인도 비트코인 1만7732개를 보유 중이며 이를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8억6000만달러(약 1조200억원)이다. 대체 그는 왜 이렇게 약간 과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비트코인에 집중투자하는 것일까?

그는 최근 'PBD Podcast'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이에 대한 대답을 아래와 같이 남겼다. 버핏과 비슷한 의견이다. "분산투자는 승자를 팔고 패자를 사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종목들을 말해보라.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들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 종목들 가격이 오를 때마다 일부를 팔고 다른 종목들을 산다. 이는 바보 같은 전략이다. 승자를 사서 그냥 보유하고 있으면 되는데 말이다. 투자하는 종목을 100시간 이상 들여다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10시간도 공부해보지 않고 매수한다. 그리고 한 2% 정도 오르면 수익이 났다면서 판다. 그리고 또 다음은 뭘 살까 찾아 나선다. 이렇게 투자하면 절대 돈을 벌지 못한다."

플랫폼 경제의 특징

세일러의 주장은 21세기 플랫폼 경제의 특징과도 맞아떨어진다. 과거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던 산업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존재하기 어려웠다. 재화에 대한 수요가 올라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야만 했다. 생산량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공장을 추가로 짓고 인력을 더 뽑는 것이다. 기업들이 설비를 늘려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공급과잉 상태가 되고 이는 다시 가격하락과 이윤 악화로 이어졌다. 즉, 산업 사이클이 존재하다 보니 변곡점마다 새로 기회를 잡아 도약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었다.

아마존,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설비투자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만들고 많은 사람이 들어와 쓰게만 만들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사용자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뿐이다. 게다가 많은 유저로부터 발생하여 쌓이는 데이터 덕분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작다. 한번 특정 사업영역을 선점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다. 검색엔진은 구글, SNS는 페이스북, 온라인 쇼핑은 아마존, 스마트폰은 애플이 독보적 세계 1등이다. 앞으로 누가 이들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지금껏 플랫폼 경제가 구축되지 않았던 많은 영역에서 또 다른 구글과 아마존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어디서든 승자가 나머지 녀석들을 모두 먹어 치우는 것이 반복된다면 분산투자가 의미가 있을까? 2020년대, 투자에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란을 어떻게 분산할까'보다는 무슨 '계란이 제일 몸에 좋을까 먹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디지털화되지 않았다. 마치 1970년대 강남과 같다는 얘기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서로 CBDC를 출시하려 하는 이유도 돈이 디지털화되면 그걸 지배하는 플랫폼이 어떤 이득을 가져갈지 알기 때문이다. 국경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 인터넷으로 연결된 디지털 세상에서 쓰이는 기축통화는 달러를 능가하는 권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그 주인공이 CBDC일지, 비트코인일지, 아니면 제3의 암호화폐일지가 우리 앞에 놓인 숙제다.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나? 위에 소개한 세일러는 스스로 답을 찾은듯하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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