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駐우크라 대사"총격전 속 피란길…태극기 덕분에 직원·교민 다 살았죠"

김형태 駐우크라 대사가 말하는 '키이우 탈출'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사진)가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빠져나오던 상황을 “영화와도 같았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21일 우크라이나 남부 체르니우치 임시 대사관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급박했던 탈출 상황을 설명했다. 개전 사흘째인 지난달 26일 키이우에서 교민을 이끌고 체르니우치로 향하던 성기주 영사는 출발부터 위기를 맞았다. 차량 행렬의 바로 앞 사거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성 영사는 “산발적으로 총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앞에서 기관총 소리가 ‘타타당’하고 계속 났다”며 “‘잘못하면 죽겠구나’ 싶어서 바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탱크 5대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교민 차량이 탱크에 깔릴 뻔한 적도 있다. 평소 8시간 거리를 30시간이나 걸려 루마니아 국경에 도착했다.김 대사는 지난 2일 마지막으로 키이우의 대사관을 떠났다. 김 대사 일행에는 만삭의 임신부도 있었다. 피란길 대사관 직원과 교민 일행을 살린 것은 다름 아닌 태극기였다.

차량 앞뒤 유리창에 태극기를 부착한 대사관 차량은 아무런 제지 없이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현지 경찰이 대사관 직원과 교민 차량을 에스코트해주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인 피란 차량 20여 대가 한국 차량 뒤를 줄지어 따르기도 했다. 김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며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어려움을 딛고 번영을 이룩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한국을 배워야 할 나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잔류한 교민은 25명이다. 김 대사는 “전쟁 발발 전 선교사협회 등 교민 단체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출국해준 덕분에 남은 교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힘을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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