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G경영으로 글로벌 난관 돌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포럼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SK 제공
SK그룹은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찾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6년부터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라는 기조 아래 미래 변화에 대한 사업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 내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사업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토론하는 CEO 세미나 등을 통해 ESG 경영의 강한 실천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 이천에서 열린 2021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딥 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의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빅 립(더 큰 수확)’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빅 립이란 ESG 중심의 경영 계획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나눈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SK의 경영철학과 가치를 나누는 빅 립의 관점에서 2030년까지 그룹이 달성해야 하는 ESG별 세부 목표를 직접 설정해 CEO들에게 전달했다. 최 회장은 먼저 E(환경) 분야에 대해 “2030년 기준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 정도인 2억t의 탄소를 SK그룹이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안에 탄소가격이 t당 100달러를 초과할 뿐 아니라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향후의 사업계획은 지금과 전혀 다른 조건하에서 수립해야 하고, 탄소발자국 ‘제로(0)’에 도달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진화하는 데 모든 관계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8개 관계사는 2020년 한국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S(사회) 분야 목표에 대해서는 “사회적 가치는 결국 구성원의 행복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라며 “2030년 30조원 이상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지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2019년부터 주요 관계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화해 측정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직접 국내외 사업장을 순회하면서 행복을 주제로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100회 시행했다. G(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이사회 중심 시스템 경영으로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며 “여러 도전은 있겠지만 글로벌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혁신을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과 SK㈜ 등 13개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열고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이사회 역할 및 역량 강화, 시장과의 소통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토의했다. SK 각 관계사의 이사회는 총수 등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CEO 후보 추천 등 선임 단계부터 평가·보상까지 관여한다. 시장의 요구도 반영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최 회장은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워싱턴DC를 찾은 최 회장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면서 한·미·일 3국은 많은 도전사항에 직면해 있다”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인도태평양 주변국의 총체적 마찰, 북한의 비핵화 문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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