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기대에…현실과 괴리 큰 정부·한은의 물가 전망

올해 물가 2% 상승 낙관하다
우크라 사태에 3.1%로 뒤늦게 올려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정부의 물가 예측치와 실제 상승률 간 괴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균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상시화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경제 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한 공급망 균열, 물류난 등으로 인해 작년 물가 상승률은 2.5%에 달했다. 2011년(4.0%) 후 가장 높다. 정부는 작년 12월에도 석유류 가격 급등 현상이 진정돼 올해엔 소비자물가가 2.2%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하지만 정부 희망과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원유를 비롯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배럴당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08년 9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하고 나서야 물가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올해 물가가 2.0%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 24일 물가 전망치를 3.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나치게 낙관적인 물가 전망은 잘못된 경제 정책 등 엉뚱한 대응책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재난지원금 지급 등 현금성 확장 재정이 수요 부문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계층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떤 위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만큼 경제 정책을 낙관적인 미래에 의존해 펼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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