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율주행에 1년 주가 83% 급락…라이다 업계, 반등 기회 올까

벨로다인 1년새 주가 83% 급락해
카메라만 쓰는 테슬라 자율주행 영향
AI 기술로 정밀하게 주변 사물 확인
라이다 이용한 양산차 나와야 반등 가능
테슬라가 라이다 없이 카메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성공하면서 라이다 업체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대 80%까지 주가가 빠지며 시장의 기대가 사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완성차 업체들은 라이다를 이용하고 있어 아직 역전의 기회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 기술 향상 속도에 따라 주가 반등 가능성이 달려있다는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라이다 업체 세 곳의 주가는 1년새 크게 하락했다. 벨로다인라이다 주가는 나스닥에서 지난해 2월9일 주당 23.42달러에서 지난 8일 4.04달러로 82.8% 추락했다. 루미나테크놀로지도 같은 기간 나스닥에서 53.8% 급락했다. 이노비즈테크놀로지도 1년간 지속적으로 하락을 거듭해 -67.4%라는 실망스러운 낙폭을 보였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라이다 없이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영향이다. 라이다를 쓰는 자동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구현이 예상보다 느린 점도 벨로다인 등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원인이다.라이다는 그동안 자율주행의 ‘눈(目)’으로 꼽히며 필수 부품으로 여겨져 왔다. 라이다는 물체와 반응하는 레이저의 속도와 깊이로 주변 사물을 인지해 정밀성이 높다. 반면 카메라는 가려져있는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멀리까지 볼 수 있다. 비싸지만 정확도가 높은 라이다, 싸지만 정밀도가 떨어지는 카메라는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위한 상호보완 부품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테슬라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 8개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며 라이다의 활용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카메라로 인식한 사진 데이터 4000여 장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순식간에 지도를 그려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소프트웨어가 주변 사물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라이다 없이도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테슬라 차량의 사고율은 2% 미만으로 미국 산업평균인 13%보다 훨씬 낮다”며 “이로 인해 라이다 업체의 기업 가치가 크게 하락했으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라이다의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마존은 투자 자회사 아마존닷컴NV인베스트먼트홀딩스를 통해 벨로다인 지분 16%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라이다 기술의 가치가 재조명되며 벨로다인 주가는 전일 대비 7.2% 상승했다. 벨로다인 주가 상승에 힘입은 루미나 주가는 5.1%, 이노비즈는 4.9% 상승했다. 루미나는 지난해 볼보에 이어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와 자율주행 기술 협력을 맺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완성차 업체들은 라이다를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글로벌 17개 자동차 회사가 생산하고 있거나 출시 예정이라고 밝힌 라이다를 장착한 자율주행 차량은 21개 모델이다. 현대자동차도 라이다를 장착해 레벨 3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G90 신형을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라이다는 개당 500~1000달러(56만~110만원)로 카메라(5만~10만원)보다 비싸지만, 앞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라이다는 자율주행 말고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영역으로 활용이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라이다 기업의 업황이 제대로 반등세에 오르기 위해서는 테슬라 이외의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양산차를 지금보다 빨리 내놓아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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