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브랜드·판권만 300여개…올해 막강 라인업 선보일 것"

최운식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대표

多브랜드로 승부
'떡볶이 코트' 원조 글러버럴 판권도 보유
年매출 1조 벽 뚫어낼 브랜드 키워낼 것

뉴발란스로 대박
보스턴 본사에 있는 디자인 창고에서
한국 정서 맞는 제품만 엄선해 선보여

ESG 경영 앞장
친환경 원사 사용 등 우선적으로 시행
버려지는 옷 없는 '無재고 시스템' 추진
이랜드월드의 대표 주자인 뉴발란스, 스파오는 1020세대 감성의 패션 플랫폼도 탐내는 브랜드다. 오랜 시간 다진 매장 운영 경험으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젊은 감각으로 대응한 덕분이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대표는 오프라인 중심의 조직 문화를 바꾼 일등공신이다. 만 40세이던 2019년 1월 대표로 취임한 그는 3년 만에 뉴발란스를 아디다스를 위협할 정도의 신발 브랜드로 키웠다.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 대표는 “이랜드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브랜드를 올해 차례로 선보일 것”이라며 “일명 ‘떡볶이 버튼 코트’의 원조인 글러버럴도 이랜드가 판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대표적인 젊은 CEO로 꼽히는데요.

“2003년 이랜드그룹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과분한 역할을 맡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 이랜드그룹 세대교체의 테스트모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네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주문은 뭐였나요.

“이랜드는 오랫동안 다(多)브랜드 전략을 선호해왔습니다. 자체 브랜드가 많고, 해외 브랜드 판권을 갖고 있는 것도 상당합니다. 개수로 300여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뚫지 못한 벽이 있어요. 연매출 1조원짜리 브랜드를 만드는 겁니다. 유니클로처럼 말이죠. 유니클로가 전성기일 때 일본에서 연매출 9조원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에서도 3조원짜리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죠. 그래서 스파오라는 SPA 브랜드를 내놨고, 제가 스파오사업부를 총괄하면서 이랜드월드 패션부문을 맡게 된 겁니다.”

▷뉴발란스가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라이선스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좋은 브랜드를 골라야겠죠. 운영 노하우도 5할은 차지한다고 봅니다. 운영 노하우란 한국 시장에 잘 맞는 지역화(로컬라이제이션)와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브랜드 유산)를 적절히 결합시키는 능력을 말합니다. 뉴발란스는 미국 보스턴 본사에 있는 디자인 창고(아카이브)에서 우리 디자이너가 한국 정서에 맞는 제품을 골라서 제품을 출시합니다. 대표적인 모델이 ‘뉴발란스 530’이고요. 유독 한국에서만 대박이 났죠.”

▷뉴발란스 의류는 이랜드의 역량과 잘 결합된 것 같습니다.

“의류는 이랜드가 특히 자신 있는 영역이에요. 뉴발란스 의류가 이렇게 잘되는 곳은 아마 한국뿐일 겁니다. 의류는 이랜드가 뉴발란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직접 디자인합니다. 뉴발란스 키즈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키즈 브랜드 중 국내 1등이죠. 아무래도 이랜드가 오랫동안 다양한 유통채널을 운영한 경험이 뉴발란스의 성공에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요즘은 패션 유통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인데요.

“맞습니다. 이랜드월드도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스파오 전 제품에 RFID가 들어가 있습니다. 단순한 바코드 인식과는 생산성 측면에서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매장과 의류창고의 물류 시스템을 통합하는 시스템도 도입했고요. 옴니 채널을 구현하기 위한 투자로 약 100억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랜드도 자체 플랫폼을 갖고 싶을 것 같은데요.

“자체 온라인몰은 스파오닷컴이 있습니다. 폴더라는 신발과 패션을 모아 놓은 플랫폼도 지난해 개설했고요. 하지만 이랜드월드는 자체 플랫폼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무신사, 지그재그 등 좀 더 큰 패션플랫폼의 기세에 올라타는 것이 현재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 여러 가지 변화의 바람을 넣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패션은 기본적으로 생각이 젊지 않으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나이가 많은 편이죠.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온라인을 먼저 생각하도록 지난 3년간 공을 들였습니다. 예전에는 상품을 기획할 때 오프라인 매장을 표준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 화면 속 1.5㎝×1.5㎝의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상품을 돋보이게 하고, 고객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디지털 전환은 모든 기업의 숙원이지만, 실제로는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무신사, 지그재그 등 젊은 패션 플랫폼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직원들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실적으로 증명이 되니까요. 온라인은 잠재력이 무한대에 가까운 공간입니다. 수량 등 공급 계획부터 마케팅, 고객 소통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중심으로 설계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예요.”

▷패션업계에도 ESG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친환경 원사를 쓴다든지, 해외 공장을 선택할 때도 임금을 착취하지 않는 곳을 고르는 것을 우선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랜드월드의 지향점은 파타고니아처럼 필요 수량만 만드는 것입니다. 버려지는 옷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최근 해외에선 5일, 국내는 2일 만에 매장에 옷이 입고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요. 예전엔 제품이 나오기 약 6개월 전에 공장에 발주를 넣었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겠다는 겁니다.”

▷일종의 무재고 시스템인가요.

“패션 비즈니스에서 재고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재고를 잘못 관리하면 망할 수도 있거든요. 이랜드월드는 월요일에 제품 생산을 결정하면 토요일에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뉴발란스 키즈부터 이 같은 온디맨드 비중을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물류창고를 아예 없애는 게 목표예요. 베트남 공장에서 물류 창고를 거치지 않고 매장이나 고객의 집까지 직송하는 방식이죠.”

▷옷의 품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요.

“스파오 같은 SAP 브랜드도 소득 수준 3만달러 시대에 맞게 변화할 겁니다. 옷은 원단 싸움이에요. 좋은 원단을 쓰려면 바잉파워가 필요하죠. 이랜드월드의 패션 부문은 국내외 합치면 연매출이 4조원 가까이 됩니다. 국내에선 압도적인 1위죠. 이를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원단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함으로써 경쟁력 격차를 더 벌려나갈 계획입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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