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반발에…CJ ENM 기업분할 보류

물적분할 잠정 중단키로

분할계획 발표후 주가 급락
여야 대선후보 비판도 부담
음악사업 분사까지 백지화
CJ ENM이 콘텐츠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하려던 계획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8일 서울 상암동 CJ ENM 직원이 본사 앞을 걷고 있다. 김범준 기자
CJ ENM이 콘텐츠 제작부문을 물적 분할하려던 계획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영화·예능·애니메이션 제작 기능을 한 데 모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스튜디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진 데다 정치권까지 물적 분할 규제에 나서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물적 분할을 예고한 네이버, 한화, 카카오, SK이노베이션 등도 역풍 우려에 실행 시기를 고심하는 양상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진행 중이던 사업부 분할 및 자회사 신설을 위한 절차를 일단 중단하겠다”고 관계자들에게 통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물적 분할을 위한 외부 자문사를 선임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주주 반발이 예상 외로 커지자 물적 분할 외에 다른 방안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또 이와 별도로 추진하던 음악사업부문 분사 방안은 백지화하기로 했다.CJ ENM은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은 새 스튜디오 법인 설립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발표 후 18만원 안팎이던 주가가 1주일간 15% 이상 하락해 13만원대로 주저앉는 등 시장의 반발이 거셌다. 비슷한 시기 주요 대선 후보들이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공약으로 내건 데다 여당과 한국거래소 등이 물적 분할 규제에 나선 점도 CJ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강행하다가 괜히 규제 1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과거처럼 물적 분할 직후 자회사 상장을 바로 추진하는 사례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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