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등급 못미치는 신용A 기업들, 자금조달 성공할까

이달 중 20여社 앞다퉈 추진
3조~4조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LG디스플레이와 SK실트론 등 국내 기업들이 설 이후 곧바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신용등급이 우량등급에 못 미치는 기업들이 앞다퉈 뭉칫돈 조달에 나서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20곳가량의 기업이 이달 약 3조~4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아직 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현대위아와 한화토탈 등도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많았음에도 지난달 수요예측을 마친 기업들이 벌써 7조8000여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확정했다.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를 넘어 최대한 자금을 많이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이 우량등급(AA급 이상)에 못 미치는 A급 기업들이 대거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31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둔 LG디스플레이가 최대 5000억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회사채를 갚고 남는 자금은 친환경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설비 투자 등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실트론도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시장 여건에 따라 최대 3000억원의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SK어드벤스드 역시 15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LG디스플레이, SK실트론, SK어드벤스드를 비롯해 한화에너지와 한화건설 등은 신용등급이 이름값에 못 미치는 A급이다.

우량기업들도 회사채 차환과 신규 투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트랜시스는 이달 최대 3000억원 조달한다.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와 에쓰오일 등도 각각 최대 2000억원, 28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목표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최근 금리 상황이 불안정해 국내외 기관들이 우량 채권에 쏠리는 탓에 A급 기업의 자금 조달 성공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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