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아파트 지으려면 후분양?…부실 많은 빌라도 후분양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골조만 확인 가능, 속까지 들여볼 순 없어
대표적인 후분양 '빌라' 각종 하자에 부실공사 빈번
"주택 건설 금융제도부터 바꿔야"
골조가 올라간 아파트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후분양이 안전한 아파트를 짓는 방법처럼 떠올랐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후분양을 통해 공정률 60% 이상의 아파트를 소비자들이 미리보고 선택해야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도 합니다. 공정률 60%는 대부분의 골조공사가 마무리되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2018년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공정률 60% 이후에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겠다며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2022년에는 공급 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채운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건설사 뿐 아니라 정부도 정반대의 정책을 펼쳤습니다. 선분양보다 앞선 '선선분양'쯤 되는 '사전청약'이 그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후분양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는데 핵심 공급대책으로 사전청약을 내놓은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안전하지 않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미인가요?

후분양이 안전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실제 후분양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 지어지는 빌라의 경우 대부분 공사 완료 후에 후분양을 합니다. 그래도 잘 팔리질 않으니 세입자만 모집해 갭투자 방식으로 팔기도 합니다.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하고 5개층에 주거세대를 넣은 빌라주택은 그럴싸한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각종 하자 분쟁이 끊이질 않는 게 현실입니다. 깡통주택도 쏟아지고 있죠.

아파트의 경우엔 어떨까요. 선분양을 하면 입주자단체나 조합 등에서 감독이라도 하지만, 후분양을 하면 그렇게 나설 주체도 없습니다. 감독과 감리가 있어도 공정이 늦어지면 화정아이파크처럼 각종 편법이 난무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감독을 할 주체마저 사라지면 골조부터 마감까지 철저하게 공사가 될까요?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나마 골조는 눈으로 확인도 불가능합니다. 자재비를 줄이기 위해 철근을 빼도, 불량 레미콘을 써도 무너지기 전까진 알 수가 없죠. 그래서 후분양이 더 안전하고 품질 높은 아파트를 짓는 방법은 아니라는 겁니다.

해외에서 후분양을 하는 이유는 주택금융이 별로 발전하지 못한 국내와 달리 건설회사들이 선분양을 하지 않아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신용과 사업성검토 보고서상의 현금흐름만 가지고도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원활히 공사를 할 수 있죠.

금융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국내에서 후분양을 하면 엄청난 돈을 한꺼번에 구해야 하기에 부담이 되지만, 30년이나 50년 장기 모기지 등이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목돈 없이도 바로 입주가 가능합니다. 주택저당증권(MBS)이 발달한 해외에서는 주택금융을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업체들도 장기 모기지를 활용한 임대주택 사업을 하기에 주택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코로나19로 집값이 오르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나온 주거안정 대책도 실수요자 주거용 임대료 안정을 위한 방안이 대부분입니다. 투기를 막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국내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후분양은 선진형 주택공급 기법이므로 당연히 보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후분양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이 잘 될 수 있는 건설금융기법이 필요하고, 소비자들을 위한 장기 모기지 대출이 있어야 합니다. 건설회사의 공사기간 중에 철저한 감독·감리를 해야하고 불법 하도급도 막아야 합니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지 않고 무작정 후분양만 추진한다면 또 다른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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