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있어도 없어도 짜증"…아기에게도 위험한 산후우울증 [건강!톡]

배윤정 /사진=JTBC '해방타운'
안무가 배윤정은 지난해 6월 득남한 후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는 너무 예쁜데 너무 힘이 든다"며 "남편은 있어도 짜증 나고 없어도 짜증 나는 존재"라고 토로했다. 이를 들은 장윤정 또한 "나도 출산 후 남편에게 '나가!'라고 소리쳤다가 남편이 나가면 '어디가!'라고 한 적 있다"며 공감했다.

이처럼 많은 여성이 산후에 우울감을 경험한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변화와 육아의 어려움은 심각한 우울증이나 섭식장애와 같은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산모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산일 수 있다. 다친 사람에게 치료가 필요하듯 큰 어려움에 맞닥뜨린 임산부에게는 가족의 따뜻한 배려와 이해, 현실적인 도움을 비롯해 전문적인 치료가 절실하다. 산후 우울감은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한다.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출산 상식사전'을 통해 산모의 50~80%가 '산후우울 기분'을 경험한다고 했다. 주로 산전에 우울한 기분이 있었거나 아기를 돌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정서가 약하거나 월경 전 기분장애가 있었거나 우울감의 가족력이 있을 경우가 위험인자다. 산후우울 기분은 분만 후 첫 2~3일 정도에 나타나는데 우울, 슬픔, 피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등을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산후우울 기분이 심각한 상태로 발전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산모를 안심시키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 돌봐주고 가족, 친구들이 성원해주면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각한 상태는 산후우울 기분이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다. 주로 산욕기의 불편함과 겹치다 보니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대개 분만 후 4주 이내에 발생하며 분만 후 6개월이 되면 점차 회복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증세가 남는 경우도 있다. 유병률은 대략 10~20%로 보고되며 이전 임신에서 산후우울증이 있었거나 현재 산후우울 기분이 있는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치료받지 못한 산후우울증 산모는 극단적 선택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엄마와 아기의 애착 형성에도 문제를 일으켜 자녀 행동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출산 후에 우울을 느끼는 시기는 수유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산모에게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권장되지 않는다. 우울증의 정도에 따라 대인관계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행동 활성화, 심할 경우 약물 처방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른 우울증보다도 산후 우울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망상적인 생각, 예를 들면 아이를 해칠 것 같다는 식의 생각이나 내가 죽으면서 아이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터무니없는 죄책감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도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여전히 산후 우울증을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이를 낳은 여성도 육아에 집중하느라 증세가 심해진 이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산 후에 한 달 넘게 우울감이 지속되고 몸에 힘이 없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고 불안하다면 산후 우울증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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