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그린빌딩’

글로벌 탄소 배출량 중 38%가 건물에서 배출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부동산 투자 시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린뉴딜 정책에 발 맞춰 친환경 건물을 세우거나 노후화가 진행되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이 활발하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이지스자산운용의 오토웨이 타워는 GRESB 점수로 아시아 지역 비상장 오피스 부문 1위를 차지했다.사진=이지스자산운용
기후변화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환경적 건물은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높아진 관심 역시 원인이다. 지난해 12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탄소배출량 중 38%가 건물 및 건설 산업에서 배출됐다. UNEP는 “2050년까지 건물의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탄소중립 노력을 5배 이상 증가시켜야 한다”며 관련 분야의 변화를 촉구했다. 실제로 뉴욕에서는 2019년 뉴욕시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기후 동원법(Climate Mobilization Act)을 제정했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탄소배출량 1톤당 268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EU는 지난해 12월 건물 에너지 성능 지침(EPBD)을 개정하고 2035년까지 에너지 성능에 관한 최소 기준을 모든 건물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는 모든 신축 건물의 탄소배출량과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해야 한다. 2027년부터는 환경 등급이 낮은 건물을 매각, 임대하기 위해서는 특정 에너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된다.

녹색 등급 받아야 투자

실제로 글로벌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는 ESG 점수에 따라 부동산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CalPERS)과 네덜란드 공적연기금(ABP)은 부동산투자 시 에너지 효율성, 탄소배출량 같은 환경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투자사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지표는 대부분 환경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 글로벌 환경 지표는 미국 녹색건축 인증제도(LEED)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에서 만든 거의 모든 건물과 건축 유형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지표다. 지속 가능한 대지, 에너지와 대기환경 등 총 9가지 평가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점수에 따라 플래티넘, 골드, 실버, 인증 등의 4단계 인증서가 부여된다.

유럽 시장에 특화된 제도도 있다. 영국의 브리암(BREEAM)은 세계 최초로 만든 건축 인증제도로 관리 정책, 에너지 효율, 폐기물 관리 등 10개 기준을 평가한다. 아웃스탠딩, 엑설런트, 베리 굿, 굿, 패스 등 5가지 등급이 있다.

국내에도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인증제도가 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과정에 걸쳐 지속 가능성이 뛰어난 건물에 부여하는 녹색건축인증(G-SEED)이 그것이다. 신축, 기존 건물, 그린리모델링 세 분야의 건축물에 대해 최우수, 우수, 우량, 일반 등 등급을 부여한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글로벌 부동산 지속 가능성 평가기관인 GRESB다. 이곳은 환경뿐 아니라 부동산 내 ESG 요소를 모두 평가한다. 2009년에 설립해 전 세계 부동산과 인프라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GRESB는 부동산의 환경적 영향, 관리 시스템, 공시 여부, 친환경 건축물 인증 취득 여부 등을 평가해 점수를 산정한다. 환경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사회 기반 시설 등 ESG 전반에 걸친 내용을 모두 포함된다. 상위 5분위에 포함된 기업은 별 5개 등급을 부여한다.

그린리모델링 확장

국내는 해외에 비해 부동산투자와 ESG를 연계하는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제로에너지 건축,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는 “부동산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친환경 건축물 투자가 곧 ESG의 지속 가능 투자 전략과 부합한다”며 “국내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 사안 중 하나가 건축물의 그린·디지털화”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표적 국내 친환경 건축물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오토웨이타워’다. 오토웨이타워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대표 친환경 건축물로 올해 GRESB 평가에서는 94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GRESB 평가 평균점수인 73점을 크게 웃도는 점수로 동아시아 지역 오피스, 아시아 지역 비상장 오피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LEED에서도 신축 건축물(BD+C) 골드 인증을 받았다.

오토웨이 타워는 친환경 단열재와 에너지 절약형 커튼윌을 사용해 건물을 관리한다. 실시간 에너지 진단 웹서비스(Soft-BEMS)를 이용해 전기·가스·물 등 사용량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9년 대비 6.7% 줄였다.

LEED 등급을 받은 국내 건축물로는 네이버 그린팩토리, 롯데월드 타워, KT 광화문빌딩 East, 서울스퀘어 등이 있다.

그린리모델링은 기존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가치를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노후된 건축물 리모델링에 사업비나 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도 올해 친환경 공공건축 투자 금액을 늘렸다. 제로 에너지 빌딩 건축과 그린리모델링 등 친환경 공공건축 투자 금액에 742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공공건축물은 2025년부터 그린리모델링이 의무화된다.

기업에서 진행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한화그룹의 본사 사옥이 대표적이다. 한화그룹 사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리모델링을 거쳐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옥상 태양광 패널을 갖춘 친환경 빌딩이 됐다. 한화큐셀의 태양광발전 기술을 사용해 하루 총 300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화 빌딩은 녹색건축 우수등급,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았으며,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가 주최한 ‘2021 Tall + Urban Innovation’ 콘퍼런스에서 레노베이션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LG화학 역시 서울시와 함께하는 그린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동대문구의 ‘열린 방과 후 교실’과 성동구의 ‘금호 청소년 독서실’을 친환경 소재로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물자산인 부동산시장의 급진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아직까지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ESG는 태동 단계”라며 “국내 부동산 산업 특성상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많이 낮아 우선은 부동산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과제”라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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