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비건 시장 본격 참전

전문브랜드 '플랜테이블' 내놔
젓갈없는 김치, 고기없는 만두
"K푸드 세계로 확장하겠다"
CJ제일제당이 28조원 규모(2025년 예상)로 평가되는 글로벌 비건(완전 채식주의) 시장에 뛰어들었다. ‘플랜테이블(식물+식탁)’이란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도 새로 만들었다. 약 5년간 연구개발(R&D)에만 수십억원을 투자한 결과물이다. 농심,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에 비해 늦은 참전이긴 하지만 국내 1위 식품업체의 등판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식품은 CJ제일제당이 오랫동안 공들인 분야다. 국내 비건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2016년부터 식물성 식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쟁 업체들이 먼저 비건 시장에 진출했지만 조급하기보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CJ제일제당은 판을 뒤집을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핵심 전략은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다. 갑각류 배양육 관련 기술을 보유한 싱가포르의 시오크미트를 비롯해 개구리밥으로 계란과 유제품 등을 대체할 단백질을 개발하는 미국의 플랜티블푸즈 등 올초부터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식물성 식품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내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플랜테이블이란 브랜드로 첫선을 보이는 제품은 만두(교자)와 김치다. ‘비건 왕교자’는 신선한 채소와 식물성 오일만으로 기존 만두소의 풍미를 그대로 구현했다. ‘비건 김치’는 젓갈 없이 오직 식물성 원료로만 담갔다. CJ제일제당은 이들 제품을 국내와 호주, 싱가포르에 우선 출시하기로 했다.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이 K푸드의 영역 확장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류가 포함된 식품은 검역 문제 등 규제가 많아 수출 국가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육류가 들어간 비비고 만두를 수출 대신 대부분 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한 이유다. 식물성 원료로 생산한 비건 식품은 이 같은 규제에서 자유로워 사실상 모든 국가에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그랜드뷰리서치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27억달러(약 15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건 시장은 2025년 241억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당장 내년부터 미주와 유럽은 물론 이슬람 문화권의 할랄 시장으로 플랜테이블의 수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식품업계의 ‘비건식(食) 전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내 식품업체 중에선 풀무원이 올초 미국에 식물성 지향 브랜드인 ‘플랜트스파이어드’를 선보였다. 농심은 내년 4월 국내 식품업체 중 처음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비건 전문 음식점인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독자 기술력으로 개발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채식 인구가 25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식물성 식품 시장이 국내 식품업체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