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아파트' 공사 재개…입주 1년도 안 남았는데 '안갯속'

재판부 "수분양자 피해 등 고려 '공사 재개'"
문화재청 "철거 해야"…건설사들 "소송할 것"
< ‘왕릉 뷰’ 가린 검단 아파트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김포시 풍무동 장릉. 인천 검단신도시에 건립 중인 아파트 때문에 장릉 능침에서 계양산을 볼 수 없다. 장릉에는 조선 16대 왕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가 묻혔다. /김병언 기자
김포 장릉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사 중지 명령이 떨어진 '왕릉 아파트'가 공사를 재개한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해 대광이엔씨와 금성백조가 신청한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수분양자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했다. 재판부는 "사건 처분 대상 건축물(왕릉 아파트)이 준공되기를 기다리면서 임시로 다른 곳에서 거주해야 할 수분양자들이 입을 재산적, 정신적 손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손해가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한 손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문화재청 측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경관 훼손 관련 사진은 관람객이 접근할 수 없는 장릉 능침 부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이미 다른 건축물로 경관이 훼손된 상황"이라며 "왕릉 아파트가 철거되더라도 조망은 일정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고, 나머지 공정이 진행되더라도 새로운 경관 침해 결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중지됐던 대광이엔씨와 금성백조 등의 건설 현장은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인천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에서 문화재청의 명령으로 공사가 중지된 아파트단지의 입주예정자들이 건설사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이 여전히 해당 아파트 중 일부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날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와 궁능문화재분과의 합동분과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 변경 신청에 대한 심의를 열었다.

심의 결과 문화재위원회는 혼유석(봉분 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 받은 후 재심의하는 것으로 보류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김포 장릉 주변 역사문화환경의 보호,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 유지를 고려할 때 대방건설이 제출한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건설사들은 이를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대광이엔씨는 내년 1월, 금성백조는 3월에 아파트 일부 철거 등과 관련한 행정소송을 시작한다.

'왕릉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입주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문화재청과 건설사, 입주 예정자들은 마땅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논란에 휩싸인 '왕릉 아파트'는 검단신도시에 건설 중인 3개 건설사의 3400여가구 규모 44개동 가운데 19개동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