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흔들리는 DGB금융 지배구조

노조·시민단체, 회장 사퇴 요구
외부 CEO 배척 '고질병' 아닌가

김대훈 금융부 기자
“법정에서 가릴 일이지 일제히 사퇴를 압박하는 건 이해되지 않네요.”

한 대형은행의 고위 임원은 최근 대구은행 노조가 김태오 DGB금융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내부 조직원과 시민단체가 앞장서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모양새를 비판한 것이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6일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 회장 등 경영진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DGB금융이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를 취득하기 위해 현지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 명목으로 브로커에게 350만달러(약 41억원)를 줬다고 판단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해외 진출을 위해 뇌물을 제공하는 건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악화시킨다”고 밝히기도 했다. 7일 시민단체와 대구은행 1, 2노조가 김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연달아 냈고,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이 사건에 대해 DGB금융 경영진은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현지 거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브로커를 믿어 발생한 사고일 뿐 뇌물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과 경영진은 외교 경로를 통해 미회수 금액 총 1350만달러 중에서 800만달러가량을 돌려받는 등 회사 손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기소 이후 지역 시민단체와 노조의 퇴진 운동이 연달아 벌어지는 것에 미심쩍은 눈초리도 적지 않다. 지역 기반의 기득권을 견제하는 ‘외부 출신’ 회장을 고깝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출신인 김 회장은 채용 비리로 흔들리던 DGB금융에 2019년 영입돼 실적 개선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의 공로를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 3월 3년 임기로 연임했다.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결국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허가를 받아낸 경영상 선택은 옳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DGB 캄보디아 법인은 매년 1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가져다주는 ‘알짜’로 성장했고, 최근 상업은행 인가를 받아내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했음에도 기소된 것은 유감”이라며 “실체적 진실과 차이 나는 혐의가 사실인 양 보도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DGB 사태가 엉뚱하게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야말로 민간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가장 불안해질 때”라며 “벌써부터 최고경영자 교체를 앞둔 은행이 정치권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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