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더 거세지는 中의 빅테크 때리기

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중국 주식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 사항 중 하나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가 언제쯤 마무리될 것인지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이후 민간 영역 전방위로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알리바바에 대한 3조원대 벌금, 빅테크의 ‘자발적’인 수십조원대 기부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마무리 단계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주로 서방 투자자들 사이에서 빅테크주 ‘바닥론’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경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바닥론의 주된 근거였다.

빅테크 날개 꺾는 당국

하지만 중국 당국의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에 대해 신규 앱 출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위챗페이의 핀테크 계열사에는 29일 278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에는 뉴욕증시 상장 폐지를 요구했다.

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빅테크 규제 이유는 독점의 폐해다. 시장 편익을 빅테크들이 독식하다보니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너무 커진 빅테크의 영향력을 줄이고 이들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최근 나온 모바일 결제 규제 조치들은 이런 의중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해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횟수는 전년보다 14.9% 늘어난 827조 건에 달했다. 현금 거래처럼 당국의 추적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소상공인들도 모바일 결제를 선호한다.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두 빅테크는 모바일 결제로 확보하는 방대한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왔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모바일 결제 사업자에 결제서비스를 개인용과 사업용으로 구분해서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소상공인들이 페이 서비스를 쓸 이유가 대폭 줄어드는 조치다. 나아가 당국은 결제 사업자들이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독한다는 명목으로 거래 정보를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도 하락

빅테크의 인수합병(M&A)을 묵인해오던 독점당국은 작년 말부터 10여 년 전 M&A까지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다섯 차례 조사에 걸쳐 미신고 M&A 80여 건을 적발했다. 현재까진 건당 벌금 50만위안으로 끝냈지만 업계에선 당국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분할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는 스스로 기업을 쪼개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중국 빅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 중국 빅테크 중심의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40%가량 빠졌다. 빅테크 계열사들은 잇따라 상장을 포기하거나 공모가를 내려잡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경제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빅테크들이 신사업을 축소하면서 중국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더욱 몰리고 있다.

빅테크 견제는 부동산이나 교육 규제처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내년 가을 당대회를 앞둔 ‘정지 작업’이란 분석이 많다. 적어도 1년은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정권 안정을 위해 경제 문제를 일부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선택이 3연임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떨어진 경제 활력과 투자자들의 신뢰가 3연임 확정 이후 없던 일처럼 회복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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