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미달 났을텐데…" 청약 넣고도 찜찜한 이유

수도권 2기 신도시, 청약경쟁률 '고공행진'
분양가는 낮지만…신도시 내 외곽 입지
"과거에는 관심 받기 쉽지 않은 입지인데…"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김모씨는 2019년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전용 84㎡ 아파트에 전세 보증금 2억원으로 살고 있다. 첫 계약 때 입주 아파트다보니 낮은 가격에 들어가 살 수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에 나온 전셋값이 4억~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다가 신규 분양 소식을 듣고 현장을 가봤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9억원을 넘었고, 주변 시세도 7억원 이상"라며 "전셋값도 너무 오르다보니 현실적으로 분양밖에 방법이 없는데, 새로 공급되는 단지들은 외곽이다보니 망설여 진다"고 말했다. 이미 김 씨네 가족은 2019년 수원에서 동탄2신도시로 이사한 바 있다보니 자꾸 밖으로 밀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전셋값이 분양가…당연히 청약합니다"

수도권에서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2기 신도시에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 수도권 통장들은 동탄2신도시를 비롯해 파주 운정신도시, 검단신도시 등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전셋값 보다 낮게 공급되고 있다. 때문에 시세차익에 내 집 마련까지 동시에 가능한 지역으로 '2기 신도시'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급되는 현장은 2기 신도시에서도 외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기 신도시들은 절반 이상 공급이 끝난 상태다. 시범단지로 불리는 중심가를 비롯해 역세권이나 중심상업지구 등 인프라가 풍부한 곳에서는 이미 아파트 공급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26일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공급된 2기 신도시 청약경쟁률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공급이 활발했던 곳은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지하철 3호선 연장선 등 개발 호재로 주목받으면서 속속 마감을 나타냈다.
내년 입주 예정으로 최근 후분양했던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 단지와 주변 전경. / 자료=대우건설
제일건설㈜이 파주운정3지구 A7블록에 분양한 ‘운정신도시 제일풍경채 3차 그랑포레’(452가구)는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가 나왔다. 19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2643명이 접수해 평균 66.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면적 84㎡C가 12가구 모집에 1137명이 몰려 94.75대 1에 달하기도 했다.

파주운정3지구 A32블록에 778가구로 들어서는 'GTX 운정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334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총 2만6611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79.67대 1의 경쟁률일었다. 전용 84㎡A형 기타경기 모집에서 274.51대 1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단지는 2022년 7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아파트다.

또다른 후분양 아파트로 내년 8월 입주 예정인 대우건설의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1745가구) 역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운정 3지구 A-13블록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1순위에서 75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7413건이 접수돼 평균 36.41대 1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전용 84㎡D형의 기타경기 지역에서는 경쟁률이 272.94대 1에 달했다.

후분양으로 내년 당장 입주인데…인프라는 미비

이들 단지들을 직접 가보면 곳곳이 공사현장이다. 주변에 선분양을 했던 아파트들의 경쟁률은 높지 않았고, 미달로 선착순 계약을 받은 곳도 있다. 아파트가 즐비한 운정호수공원 주변이나 GTX역사 예정지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내년에 당장 입주하는 GTX 운정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와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의 전용 84㎡ 분양가는 4억4000만~4억7000만원이다. 운정신도시의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의 전셋값이 4억5000만~4억7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매매가는 실거래가로 9억원을 넘은데다 호가는 12억원대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는 반값도 안되는 셈이다.
동탄2신도시에서 김 씨가 눈여겨봤던 아파트는 제일건설㈜이 A60블록에 짓는 ‘화성동탄2 제일풍경채 퍼스티어’다. 전용면적 101㎡로만 구성된 308가구다. 중대형이다보니 특별공급 물량은 적고 추첨 물량이 제법 있다. 가점이 낮은 청약자의 당첨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는 5억6000만원대에 나왔다. 동탄2신도시 기존 아파트의 반값 수준이다.

이 단지를 비롯해 신동 주변에는 아파트들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SRT동탄역이나 경부고속도로 기흥동탄IC을 이용해 진입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다, 출퇴근시간에 밀리는 걸 감안하면 예비청약자들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김 씨는 "그래도 특별공급이 적고 추첨이 있다보니 당첨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라며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분양업계 관계자는 "신도시는 특별공급분이 일반공급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일반청약에서는 묻지마 청약이 많다"면서도 "단지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첨분도 있기 때문에 서울의 무주택자들도 도전할만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파주운정신도시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다보니 전용 85㎡ 미만의 중소형에서도 추첨의 기회가 있고, 동탄2신도시에서 나오는 중대형의 경우 추첨이 많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조성 초기인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심입지에 짓는 아파트도 공급된다. 원당동 검당금호어울림센트럴과 호반써밋1차의 매매호가는 1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도 매물이 없는 상태다. 전셋값은 4억원 안팎에 나와있다.

올해 막바지인 12월에 DL이앤씨는 검단신도시 AA6블록에 ‘e편한세상 검단 어반센트로’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9㎡의 822가구다. 제일건설도 같은달 AA15블록에서 ‘제일풍경채 검단 1차’를 분양한다. 전용면적 84·111㎡의 1425가구 대단지다. 이러한 2기 신도시 통장 쏠림은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서라는 분석도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가가 제아무리 높아도 6억원 미만이다보니 청약자들은 대출이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본다"며 "청약문턱이 높고 외곽이어도 대출규제를 감안하면 이만한 대안이 없다고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주택형이나 옵션 등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청약을 하고 당첨이 된 다음에 후회하는 청약자들도 있다"며 "분양가만 보지 말고 의무거주기간이나 입주시기, 추가비용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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