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이사·타임오프 신속 처리"…또 입법 횡포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일부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연내 입법 처리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가진 정책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민주당은 충분히 힘이 있다”며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했다.

차기 정부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가 노동 단체를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며 이런저런 약속을 하는 것은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후보 발언은 그 말의 가벼움과 시기·내용의 부적절성 등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이 후보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며 “수많은 이사 중 노동자 한두 명 참여하는 게 경영에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했다. 그러나 노동이사제는 근로자의 실질적 권익 향상과 경영투명성 강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함께 신속한 의사결정과 미래를 바라본 도전적인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엇갈려 도입 여부를 놓고 수년간 노사가 갈등을 빚어온 사안이다. 제도 도입이 갖는 파급력 때문에 그 누구도 단순히 근로자 한두 명이 이사회에 들어가고 말고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이 후보의 발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일단 질러본 후 ‘안 되면 말고’식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지금이 노동이사제나 타임오프제를 거론할 때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 5년 가까이 추진된 주 52시간제 등 친노조 정책으로 산업현장에서 활력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이 저하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조의 기득권을 보호하느라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자로, 취업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것도 현실이다. 노동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판국에 얼마나 더 정규직 특권을 키우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 또한 기가 막힌다. 의석수를 믿고 밀어붙인 임대차보호 3법, 공수처법 등이 부동산시장과 국정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가. 이 후보도 그런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빚은 과오에 대해 청년들 앞에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반성하지 않았던가. 사과·반성이란 단어를 15차례나 반복하며 울먹이기까지 한 것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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