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 만난 윤석열 "北의 폭침 명백"

순국선열의날 '안보' 챙겨

"문재인 정부 대북굴종 이해 안가
희생자 조롱·공격 안된다"
중도행보 속 '집토끼' 지키기
< 前 천안함 함장과 악수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고(故)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유족회장. /김병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천안함 사건은 명백한 북한의 폭침”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명예감을 안겨주지 못할망정, 공격과 조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의 유족과 천안함 전 함장을 만나서는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굴종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행태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으며 중도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윤 후보가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집토끼’를 확실히 잡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천안함 유족 회장 등 40분간 면담

윤 후보는 순국선열의 날인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천안함 침몰 당시 전사한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유족회장을 40분가량 면담했다. 윤 후보는 “국격이라고 하는 것은 그 국가가 어떤 역사, 어떤 사람을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장병이 희생된 이 사건은 정치 영역으로 들어올 일이 아니고, 정치에 활용한다면 국격 자체가 완전히 망가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윤 후보는 검찰총장 퇴임 후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난 6월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독립운동가였던 우당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 행사를 찾아 “한 나라는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선언 직전에는 천안함 모자를 쓴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윤 후보의 발언에 최 전 함장은 “이 자리에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온 것이 아니다”며 “‘천안함을 믿으면 보수고 믿지 않으면 진보’라는 말도 안 되는 쪽으로 국론이 분열됐는데, 집권하면 이런 상황이 더 없도록 해주셔야 남은 전우·장병·유가족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도 “저희 유가족들은 항상 대통령이나 정부에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해왔다”며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허위사실이나 천안함 명예를 폄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북한의 피격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며 “여기에 의혹을 제기하고 보도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판명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국회에서 (천안함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고 한다”며 “북한에 대한 굴종적인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건, 정치화할 생각 없다”

윤 후보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다시 한번 “천안함 사건을 여야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 올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진상이 밝혀진 일과 관련해 희생된 분들의 명예가 훼손될 만한 그런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공식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사적으로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이 일에 대해 ‘잘 모른다’는 식인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행보가 천안함 사건에 관심이 많은 2030 남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젊은 사람들이 군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다가 희생됐으니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래도 관심이 크지 않겠나 생각하지만, 정치적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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