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떨어졌다는데…" 집 앞 주유소는 여전히 비싼 이유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가 지난 12일부터 20% 인하됐다.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 1L 가격이 1700원대로 하락했다. 무섭게 오르던 가격이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기대했던 만큼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효과로 제시한 가격 인하 폭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부 주유소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휘발유 값 하락을 기대하고 주유소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휘발유 1L 6일만에 1700원대로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1L 가격은 1771원75전을 기록했다. 전일대비 38원41전 내렸다. 지난 6일 1801원25전을 기록하며 1800원대로 뛰어오른지 6일만에 진정세가 찾아오는 모습이다.

이는 정부가 12일부터 유류세를 20% 낮췄기 때문이다. 유류세는 유류 판매시 붙는 세금을 통칭하는 것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이 해당한다. 그간 교통세는 529원(휘발유 1L기준)이었다. 교육세는 교통세의 15%, 주행세는 26%로 규정돼있다. 휘발유를 1L살 때 79원35전씩 교육세를, 137원54전씩 주행세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로 교통세가 423원으로 인하되면서 유류세 총액이 745원89전에서 596원71전으로 낮아졌다. 부가가치세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휘발유 값이 L당 164원 하락해야한다.

이같은 계산을 바탕으로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 차량을 하루 40㎞ 운행하는 사람의 유류비 부담이 월 2만원 경감될 것이란 설명도 내놨다.

집 앞 주유소 기름값은 왜 그대로죠?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설명과 달리 기름값은 그만큼 저렴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1L 가격은 164원이 아닌 38원 떨어졌을 뿐이다. 그나마 서울의 하락폭이 69원97전으로 큰 편이었다.

이는 아직 유류세 인하 조치가 적용된 기름을 공급이 전체 주유소로 확대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12일에는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가 우선적으로 기름값 인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 전 들어온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는 비싼 가격이 유지된다. 손해를 보면서 팔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영 주유소는 전체 주유소의 90%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164원 인하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실제로 서울의 경우 최저가인 만남의광장주유소(알뜰주유소)의 휘발유 1L가격(1590원)은 최고가인 서울 중구 서남주유소의 가격(2591원)과 1000원 이상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주유소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는 "재고 물량 소진까지 시간이 걸려 시행 첫발부터 즉시 인하는 힘들다"며 "정유사로부터 물량을 얼마나 제때 공급받는지가 유류세 인하분 반영 속도를 결정한다"고 항변했다.

유기준 주유소협회 회장은 "국민이 힘든 시기에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며 "다만 일반 자영 주유소들은 정유사 직영이나 알뜰주유소처럼 즉시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국민께서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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