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원더우먼' 이하늬와 대비 고민했죠" [인터뷰+]

SBS '원 더 우먼' 한성혜 역 배우 진서연

욕망에 감정 잃은 사이코패스 기업가
이전과 다른 악역, 극의 긴장감 불어 넣어
배우 진서연/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지난 6일 종영한 SBS '원 더 우먼'은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 여성 빌런이라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차별화를 꾀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1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배우 진선연은 '원 더 우먼' 최악의 빌런 한성혜 역을 맡아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8년 영화 '독전'에 이어 드라마 대표작이 생겼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진서연이 연기한 한성혜는 남들 앞에서 어떻게 보여야 호감을 얻는지 알지만, 그를 이용해 자신의 잔혹한 본성을 완벽하게 숨기는 소시오패스다. 극 초반에는 집안 내 왕따였던 강미나(이하늬)를 괴롭히던 가족들에게 쓴소리를 하며 유일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족들까지 살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진서연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말투와 표정으로 이전과는 다른 빌런 한성혜를 연기해 냈다. 형제들 중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후계구도에 밀리면서 괴물이 돼 간 한성혜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진서연은 "한성혜는 이전까지 악당들과는 다른 모습이라 시청자들도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극 초반에는 악행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이전의 빌런은 악을 쓰거나 화를 내는 모습인데 한성혜는 그러지 않았다"고 스스로도 캐릭터를 진단했다.
배우 진서연/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 중 조연주(이하늬)가 워낙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다 보니 저는 차분하게 가야 대비가 될 거 같았어요. 조연주와 강미나, 1인 2역이 선보여지면서 극이 워낙 다이내믹하게 가다 보니, 저는 오히려 무미건조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죠."

때문에 촬영 내내 진서연이 고민한 부분도 "어떻게 하면 과하지 않을까"였다고. 진서연은 "전 캐릭터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 미래까지 연구하고,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이 친구가 갖고 있는 환경, 무게만으로도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주와 미나가 이미 풍성한 상태라 제가 과해지지 않게,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표출할 수 없는 캐릭터였지만 한성혜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큼은 충만했다. 2003년 데뷔한 전서연은 '독전'에서 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때문에 "이후 출연 제안을 받은 작품들도 비슷한 분위기의 것들이었다"고. '원 더 우먼'을 택한 이유도 한성혜가 1차원적으로 '센' 악당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나름대로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한성혜는 겉으로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가진 재벌 중의 재벌이지만, 소시오패스적인 캐릭터인데요.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앞길을 막는 모든 걸 치워버려요.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 악행을 설계하는 모습들이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배우 진서연/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진서연의 MBTI는 '재기발랄한 활동가'라는 설명이 따라붙는 'ENFP'다. 실제로 '원 더 우먼'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진서연이 촬영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고 입을 모았다. 진서연은 실제 성격과 한성혜의 '싱크로율'에 대해 "저는 화가 나면 차분해지는데, 그런 부분이 비슷했던 거 같다"며 "딸이 셋인 집의 둘째라 부모님의 사랑을 올곧이 받지 못하고 치였는데, 그런 부분이 닮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원 더 우먼'의 인기는 이하늬 배우 덕분"이라며 "저는 거기에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었을 뿐"이라고 후배 배우를 치켜세우는 겸손함을 보였다.

진서연은 또 "감독님이 이하늬 배우 추천으로 절 캐스팅했다고 했다"며 "예전에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같이 작업하다가 내부적인 상황 때문에 제가 죽는 거로 하차했는데, 제대로 합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다만 수행비서 정도우(김봉만)과 있을 듯 말듯 로맨스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저도 기대했는데, 그런 뉘앙스가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고요.(웃음) 저도 뭔가 여지를 줄 듯 연기를 할까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너무 안 보여서 포기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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