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첫 분양가 상한제 단지, 인근 시세 '절반'

3.3㎡당 2000만원 결정
조합안보다 250만원가량 낮아
16구역 전용 84㎡ 시세 12억원
조합 "재심의 신청 여부 검토"

뉴타운 2만2000가구 분양 예정
정비사업 위축…공급 차질 우려
지난해 11월 광명뉴타운 중 가장 먼저 입주를 마친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광명16구역)’ 아파트. /한경DB
경기 광명뉴타운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처음으로 적용받는 광명2구역의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에 책정됐다. 광명2구역 조합 측은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심사를 대기 중인 광명·철산동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도 비상이 걸렸다. 분양가가 계속 낮게 책정되면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이 위축돼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명2구역, 인근 시세 절반 분양가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명시는 광명뉴타운 내 재개발 단지인 광명2구역의 일반분양가 상한을 3.3㎡당 2000만6112원으로 확정해 조합 측에 통보했다. 조합 측이 택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제출한 금액보다 3.3㎡당 250만원가량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2구역은 그동안 분양가 산정을 두고 광명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분양 일정이 3개월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가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의 합에 가산비를 더해 결정된다. 지난해 7월부터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은 서울 18개 구 309개 동, 경기 과천·광명·하남 등 3개 시 13개 동이다.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광명2구역은 광명시 광명1동 일대에 들어선다. 단지명은 ‘베르몬트로 광명’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전용 36~102㎡ 총 3344가구 규모로 지어진다.확정된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사업을 추진하는 정비사업 조합의 수익성도 악화된다. 큰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 수요가 늘어 실수요자의 당첨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광명동 A공인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최대 3.3㎡당 2500만원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분양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3.3㎡당 2300만원 정도로 낮춰 분양 신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입주한 ‘아크포레자이위브(광명16구역 재개발)’ 전용 84㎡가 12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결정된 분양가는 반값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조합 측은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가격이 결정돼 애석할 뿐”이라며 “재심의에 대한 유불리를 시공사 및 협력업체들과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 발목 잡나

광명2구역발(發) 분양가 상한제 충격은 광명·철산동 등 주변 지역으로 퍼질 전망이다. 광명 1·4·5·9·10·11·12구역 재개발과 철산동 주공8·9, 주공 10·11단지 재건축 등이 분양가 상한제 심사를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들 9개 사업지에 들어서는 물량만 2만2000가구가 넘는다.

특히 내년 분양가 상한제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조합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광명1구역 조합 관계자는 “광명2구역 분양가를 보고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었는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후분양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하려면 금융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해 고민”이라고 했다.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절벽 현상은 수도권 전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이 대표적이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지만 분양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양 일정도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불만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 8일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안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고무줄 심사’ 논란이 있었던 심사 항목과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개편안을 시행하더라도 분양가가 상승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편안이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분양가가 얼마나 오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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