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내세우며 미래부담만 키우는 선거판 '청춘 마케팅'

여야의 대선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20~30대를 겨냥한 ‘청년 표심몰이’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최근 국민의힘 후보 선출과정에서도 2030세대 움직임은 결코 무시 못 할 변수였다. 더구나 청년층의 68%가 지지 정당이 없다는 판국이니 여야 모두 다급해질 만하게 됐다.

이들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스스로 장래를 설계하도록 제도 정치권으로 적극 불러들이는 것은 의미 있다. 그런 건설적 공약·담론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청년 구하기’를 외치지만 내용은 모순 덩어리거나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청년세대가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일자리’이고, 역량을 발휘할 ‘다양한 기회’다.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무너진 공정’이며, 바라는 것은 ‘미래지향적 변화’라는 게 여러 조사로 나타났다.그러자면 청년세대가 떠안게 될 나랏빚 감축계획부터 나와야 하고, 현 정부가 직무유기한 국민연금 개혁안 같은 게 제시돼야 한다. 밑 빠진 독이 된 여타 공적보험 혁신안과 공공부문 군살빼기 공약도 나와야 한다. 당장 100만원 주겠다는 선심보다 20년, 30년 뒤 1억원의 부담을 줄일 방안을 제시하는 게 진정 청년세대를 위하는 길이다. 하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등을 주장한 여당 후보부터 그런 약속은 없다.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청년세대를 향한 발언을 보면 어떤 무리한 공약을 더 내놓을지 겁난다. 다른 후보들도 엉터리 청년지원 경쟁에 어떻게 가세할지 모른다.

청년세대에 꿈을 심어주고 미래부담을 덜어주려면 경제성장과 공공·노동개혁부터 말해야 한다. ‘청년소득’ 주장에 앞서, 국회부터 노동현장까지 곳곳에 구축된 586세대의 지대추구형 기득권 타파를 먼저 약속해야 할 것이다. 청년의 변화 요구를 수용하려면 국회와 각 정당에 2030이 적극 참여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18세부터 피선거권 부여’ 같은 공론(空論)이 지금 젊은세대에 도움이 되겠나.

‘청춘 마케팅’으로 당장의 표계산에 급급한 퇴행 정치가 문제다. 획일적 재난금의 허구, 거덜 난 성장에 대한 책임 규명, 한정된 임대주택을 청년에게 먼저 준다는 약속의 한계 등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젊은세대가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2030 스스로도 책임이 막중하다. 무엇이 올바른 미래 준비인지, 또 본인 선택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독립·자율의 ‘시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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