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면 돈 된다고?"…'오징어 게임' 추리닝에 19만명 몰렸다 [오정민의 민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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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형성된 한정판 운동화…판 커지는 리셀 시장
[편집자주] MZ(밀레니얼+Z)세대가 경제와 소비의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MZ세대는 머리글자를 따 의인화한 이름으로 '민지'라 불리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잣대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 바야흐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움직이는 큰 손이 됐죠. MZ세대의 관심과 함께 피어나는 새로운 흐름과 이야기를 '민지담(談)'으로 모았습니다.# "당첨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지만, 19만명 가까이 몰렸으니 떨어진 게 당연하네요."
직장인 A씨는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앞두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공식 굿즈(상품) 초록색 트레이닝복(추리닝) 구입하려 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아쉽긴 하지만 첫 래플(추첨) 구매여서 재미있었다"며 웃어보였습니다.무신사가 지난달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오징어 게임' 굿즈 판매는 MZ세대에게는 익숙한 판매 방식이 된 '래플'의 대표 사례입니다. 응모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구매 자격을 주는 방식이죠. 이른바 '돈 있어도 못 사는' 마케팅입니다.
한정판 마케팅에 운 더해…운동화 등 패션계 도입
업계에선 과거 선착순으로 판매되던 나이키, 아이다스 등의 한정판 운동화가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공정성 이슈가 제기되자 래플 방식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래플 마케팅 확산에 불을 붙였다는 진단입니다.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정판이나 신제품 출시가 있을 경우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래플 방식이 늘고 있다"면서 "MZ세대는 이를 '공정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당첨되지 않아도 즐거워하는 게이미피게이션(Gamification)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래플, 재미만 있나?…"돈도 된다!"
가장 리셀이 활성화된 품목은 마니아층이 확실히 형성된 운동화입니다. 국내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연간 약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에어디올 하이' 모델의 경우 120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연구원은 "과거엔 중고판매업자들이 대부분 리셀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초기 비용 대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빨리 알아보는 정보에 민감한 MZ세대가 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글로벌 리셀 시장은 40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