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의 홈런 세리머니 '삼성 우승 시계 다시 돌렸다'

시즌 최종전서 역전 투런포…삼성, 31일 kt와 1위 결정전
오재일(35·삼성 라이온즈)은 어제(29일)가 생일이었다. 오재일의 방에 모인 후배들은 홈런을 친 뒤 손목시계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면 멋있을 것 같다고 강력히 추천했다.

우승의 향배가 걸린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오재일이 꼭 홈런을 쳐주길 바라는 후배들의 마음이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오재일이 최종전에서 결정적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삼성은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최종전에서 11-5로 승리했다.

공동 1위 kt wiz도 함께 승리해 두 팀은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초유의 1위 결정전을 치른다.

삼성은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흔들리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뷰캐넌은 4회를 버티지 못했다.

3-4로 끌려가고 에이스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흐름을 바꾼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오재일이다.
오재일은 5회말 2사 1루에서 NC 선발 웨스 파슨스와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7구째 직구(시속 148㎞)를 받아쳐 우월 역전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홈런을 친 오재일은 배트를 내려놓은 뒤 손목시계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미국프로야구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카를로스 코레아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오재일의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집은 삼성은 이후 NC 불펜진을 폭격하고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뒤에 만난 오재일은 "파슨스의 구위가 워낙 좋아서 직구나 변화구 둘 다 노려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며 "직구에는 무조건 좋은 스윙을 해야지 했는데 좋은 타이밍에 걸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재일의 세리머니를 두고 코레아의 행동을 모방했거나 모기업의 스마트 워치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둘 다 틀렸다.

오재일은 "어제 내 생일이라서 동생들이 케이크를 들고 생일 파티를 해줬다"며 "오늘 경기 잘하자고 말하면서 홈런 세리머니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부터 우리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만 36경기를 뛰는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오재일에게도 최악의 경우 3위까지 추락할 수 있었던 이날 경기가 안긴 중압감이 적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1위에 올라서자마자 1무 2패로 주춤했다.

부담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래도 오늘 경기로 부담감을 이겨냈기 때문에 내일은 편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오재일은 후배들을 향해서는 "자기가 주인공이 된다고 생각하고 큰 경기일수록 과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나이가 어린 선수 상관없이 자기가 주인공이 될 거로 생각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t와의 '마지막 승부'를 앞둔 오재일은 "많은 홈팬 앞에서 하는 게 당연히 기분 좋고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며 "수원 원정 경기였다면 힘들었을 텐데 대구라서 홈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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