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내가 원팀 1번 공격수"…이낙연 측 "결선투표해야 원팀"

이낙연 측 "잘못된 무효표 바로 잡으면 49.3%" 반발
송영길 "후보 확정" 선긋기, 2012년 경선 갈등 재연되나
이재명 첫 행보는 '중도·안보'…서울 아닌 대전현충원行
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11일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송영길 대표(오른쪽), 윤관석 사무총장(왼쪽) 등 지도부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후보의 ‘턱걸이 과반’으로 끝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후폭풍이 이낙연 전 대표 측과 당 지도부의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결과에 반발해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공식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우리 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쐐기를 박으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이 후보의 본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낙연 측 “결선투표 가야”

이낙연 캠프 소속 의원단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결선투표를 촉구했다. 이들은 ‘경선 도중 후보자가 사퇴하면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특별당규 제59조 1항을 언급했다. 이낙연 캠프는 “당헌·당규를 제대로 적용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했다”며 결선투표를 주장했다.

득표율 논란이 나온 건 해당 특별당규를 둘러싼 해석 차이 때문이다. 당 선관위는 중도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해 이 후보가 과반인 50.29%를 득표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낙연 캠프는 무효 처리를 사퇴 이전 득표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며 제대로 계산하면 이 후보의 득표율이 과반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는 이날 당 선관위에 ‘특별당규 59조 유권해석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시간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사 앞에 모여 “사사오입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선 투표를 요구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민주당 원팀을 만들려면 결선 투표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는 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이의신청 수용 불가 입장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이낙연 캠프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도사퇴 후보자가 얻은 표는 사퇴 전과 후에 모두 동일하게 무효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송 대표는 “해당 특별당규는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지난해 8월 전당원투표를 통해 통과된 것”이라며 “이에 근거해 진행한 경선에서 이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해당 당규는 재량과 해석의 여지가 없는 강행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도사퇴 후보자들은 당의 유권해석에 무게를 실으며 이 후보 측을 우회 지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 후보에게 축하를, 다른 후보들에게는 격려와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혼란이 길어질수록 우리 당의 대선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며 “이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질병관리청을 방문하는 등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첫 번째 행보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 측 반발에 대해 “상식과 원칙, 그리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걸로 믿는다”고 했다.

이재명 “각자 포지션에서 최선 다해야”

당 선관위가 앞서 내린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달에도 선관위 등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경선 결과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면서 ‘원팀’ 구성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문제로 중도 낙마할 가능성을 고려해 이 전 대표 측이 당분간 ‘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대신 한 걸음 물러나 대장동 사태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얘기다. 2012년 민주당 경선 모습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후보 등이 모바일투표 방식을 문제삼아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경선이 재개됐지만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등 계파 갈등이 대선 당일까지 봉합되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날 지도부와의 간담회 발언에서 “제가 1번 공격수 역할을 맡게 됐지만 우린 하나의 팀원이고 팀 자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가 정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