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출을 선착순으로 받다니…" 실수요자들 '분통'

대출 규제 전방위 확산…예비 입주자·전세 실수요자 ‘타격’
새 아파트 입주자, "전년 거래 없다" 이유로 재산세 더 나와
사진=뉴스1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엄한 서민들에게만 불똥이 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예비 입주자와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금융기관의 '대출 조이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집을 보유하고 있어도 제도에 대한 맹점으로 비슷한 가격의 인근 아파트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내는 경우도 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꿈 물거품”…“치솟는 전셋값 어떻게 마련하나”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분양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 규제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올라 온 '생애최초 주택 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청원은 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글의 청원인은 "현재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 한 달을 앞두고 집단대출을 막는 바람에 은행으로부터 4% 고금리 대출을 선착순으로 받는 상황"이라면서 "입주를 앞둔 서민·실수요자들에게는 집단대출을 막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7일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을 막아놓으면 실수요자는 죽어야 하나요?'라는 청원도 5000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40대 후반에 자녀 2명을 둔 가장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2010년 1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추진하는 경기 하남의 한 아파트에 사전청약을 넣어 당첨됐는데, 분양 당시 시세의 60%에 맞는 집단대출이 있다고 해 입주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집단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 대출을 받아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부인 김 모 씨(40)는 "전세 만기가 돼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요즘 전세 대출이 잘 안 된다고 하는데 대출이 안 나올까 두렵다"고 했다.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번 규제에 대한 불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입주가 내년으로 가까워진 예비 입주자들은 "당장 1억~2억원에 달하는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고, 전세 실수요자들 역시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서민들 뿐"이라고 푸념하고 있다.

“집값 같은데, 재산세는 2배?”

시세는 비슷한 아파트지만 구축인지 신축인지의 여부에 따라 세금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입주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센트럴푸르지오 입주민들이 올해 가구당 부과된 7월분 재산세는 전용 59㎡가 220만원, 전용 84㎡는 271만원으로 전해졌다. 2009년 입주한 인근 철산래미안자이 재산세는 전용 59㎡ 114만원, 전용 84㎡ 150만원, 2017년 입주한 광명파크자이 전용 59㎡가 101만원, 전용 84㎡가 166만원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이 아파트 전용 84㎡는 15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철산래미안자이 전용 84㎡가 13억1000만원, 광명파크자이 전용 84㎡가 14억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것을 고려해도 100만원 이상 재산세가 더 나온 것이다.

재산세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는 입주한 그해 공시가격이 없어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거래된 매물을 기준으로 기준 가격을 산정한다. 급격한 집값 상승에 따른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부담 상한제라는 제도가 있지만 전년도 가액이 없는 새 아파트는 세부담 상한제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비슷하더라도 구축 아파트에 비해 신축 아파트는 더 많은 재산세가 나온다는 얘기다.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일관되지 못한 수많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가져왔다"며 "폭등한 집값은 잡지도 못했고, 애꿎은 서민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