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취업 금지' 엄격하게 해석해야"…대법 판단

퇴직자가 경쟁업체에 취업하면 명예퇴직금을 반환하도록 한 약정은 ‘전 직장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전KPS가 명예퇴직자 박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한전KPS에서 일한 박씨와 이모씨는 2016~2017년 “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면 명예퇴직금을 조건 없이 전액 반환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박씨와 이씨는 2017년 12월 명예퇴직하면서 각각 9395만원, 1억6255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아 각각 한전KPS의 협력업체와 경쟁업체에 취직했다. 한전KPS는 이를 문제삼아 “명예퇴직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의 명예퇴직금 반환 약정은 ‘재직 중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명예퇴직자는 회사에서 장기근속한 자로서 수행 업무를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각서로 인해 직원들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의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피고들은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의 해제조건이 성취됐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최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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