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도 스트레스 여전"…추석이 괴로운 며느라기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날카로운 도마질 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와 잠을 깨운다. 화들짝 놀란 민사린(박하선 분)은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 무구영(권율)에게 "같이 일어나기로 하지 않았냐"며 그를 흔들어 깨워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홀로 부엌으로 나간 사린. 거실에서는 이미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 분)이 요리 중이다. 다급히 옆에서 음식 준비를 돕는다. 이때부터 사린은 차례를 지낼 때를 제외하고는 앞치마를 벗지 못했다.
추석 명절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 '며느라기'의 한 장면 /사진=카카오TV
불편함의 연속이다. 음식 준비를 돕고 설거지를 하려는 남편을 시어머니는 번번이 막는다. 큰집인 탓에 시댁 쪽 친척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고, 차례까지 마치고 나니 사린은 온몸이 뻐근했다. 구영은 지쳐있는 사린의 눈치를 보며 그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이제 다 끝났으니 밥 먹고 가자"고 달래기도 했다.

사린은 홀로 있는 엄마에게 "차례 잘 끝났다. 밥 먹고 금방 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시누이 부부가 왔고, 시어머니 기동은 사린에게 다과상을 내오라고 시켰다. 겨우 구영이 "이제 가겠다"고 말을 떼자 기동은 바로 "왜 벌써 가냐"고 물었다.

"장모님 기다린다"는 구영의 말에 기동은 "이럴 거면 앞으로 처가 먼저 다녀오라"고 했다. 화들짝 놀란 사린과 구영. 구영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짜?"라고 확인했다. 그러자 "전주에 말이다. 명절 한 주 전에 다녀오면 되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황당한 발언에 시누이는 사린의 눈치를 살피며 "엄마가 농담한 거다. 얼른 가시라"고 말했다.추석 명절의 모습을 다룬 카카오TV '며느라기'의 한 에피소드다. 전국 '며느라기'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최근 시즌2 제작까지 확정한 이 드라마의 추석 에피소드는 연휴가 다가오자 어김없이 회자됐다. 다시 보기 영상에는 '나도 곧 맞을 추석이구나. 짜증 난다', '우리 시어머니가 말하는 줄 알았다', '코로나 시국에도 당연히 오라고 한다', '우리는 시어머니와 남편 다 똑같아서 명절 전부터 연휴 내내 시고모님들까지 다 보고 친정은 잠깐 들린다' 등 한탄의 댓글들이 달렸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8명까지 가족 모임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다시금 시댁 및 친정 방문과 관련한 고민 글이 온라인상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임을 갖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 간 문제들로 부부 사이에까지 갈등이 생긴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한 네티즌은 "시부모님들이 명절만 되면 무조건 오라고 말한다. 심지어 자고 가는 걸 좋아하는데, 아침 7시부터 며느리만 깨우고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다 준비하게 시킨다. 형님네는 전주에 왔다가 명절 당일에는 친정을 간다"면서 "남편한테 이번에는 자고 오지 말자고 했는데 버럭 화를 내더라. 결혼하고 매번 이 문제로 부딪히니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또 다른 네티즌은 "시누이가 친정을 명절 전주 혹은 다음주에 가라더라. 왜 그래야 하느냐고 되물으니 '오는 손님들 대접도 하고 다들 얼굴도 보고 모여야 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면서 "이후에 남편이 '가족들 다 있는 데에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고 하길래 결국 소리를 치며 화를 냈다"고 사연을 공개했다.

실제로 많은 성인남녀들이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추석을 앞두고 남녀 3033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안 봐도 될 이유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응답이 77.3%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전체의 40.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기혼자의 경우, 명절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 '배우자(36.2%,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용돈, 선물 등 많은 지출이 걱정(33.3%)', '처가, 시댁 식구들 대하기 부담스러워서'(32.4%) 등이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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