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력 과잉이 부른 유럽 전력대란, 타산지석 삼아야

아일랜드의 전력 부족 사태가 유럽 전체의 전기요금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일랜드는 생산 전력의 38%를 풍력에 의존하는 ‘풍력발전 대국’이다. 이렇게 생산한 전력을 영국과 여타 유럽국에 수출도 해왔는데 최근 아일랜드와 인근 해상의 풍속이 약해지면서 전력 생산이 급감해 수출은커녕 정전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영국은 아일랜드로부터 전력 수입이 막히고 자체 풍력 발전량도 크게 줄어든 데다 천연가스 가격까지 치솟아 전력가격이 지난주 한때 ㎿h당 2300파운드(약 370만원)까지 치솟았다. 평소 피크타임 가격의 6~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전력가격도 동반 급등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 대정전도 기습 한파로 풍력 터빈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했다. 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유독 전력 생산의 안정성이 취약하다. 바람 세기가 일정하지 않은 ‘간헐성’ 탓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풍질이 좋다는 아일랜드 인근의 최근 풍력 발전량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을 밀어붙이면서 그 공백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 확대로 메우려 들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며 전남 신안 앞바다에 8.2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의 7배 규모다. 48조원이 넘는 비용과 기술적 문제도 있지만 영국과 아일랜드 인근 바다보다 바람이 약한 서·남해안에서 과연 제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천문학적 비용만 들여 자칫 바다 위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유럽 전력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막연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어느 날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서다. 재생에너지는 원전과 대체관계가 되지 못하며 탄소감축을 위해서도 병행해야 한다. 유럽의 풍속 감소, 텍사스 한파 모두 기후변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탈원전은 물론 에너지 수급계획 전체를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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