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배 뛴 천연가스 가격, 겨울에 더 뛸 것" CNBC

美 헨리허브, 100만BTU당 5달러마저 돌파
전문가들 "이제 2달러대 가격 보기 어렵다"

"천연가스 생산기업·ETF 주가 상승 가능성"
지난달 말 미국 노스다코타주 왓포드시에 위치한 천연가스 채굴 장비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올 들어 두 배 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겨울철에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BC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난방비와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천연가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다.

천연가스 가격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만 해도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공급량이 충분했기 때문이다.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 설비에서 일할 사람들이 확 줄었다는 점이다. 미국 북서부에선 유례 없는 더위로 여름철 에어컨 수요가 급증했다. 여름철의 수요 급증은 겨울에 대비해 비축해야 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천연가스는 냉·난방과 전기 생산의 원료일 뿐만 아니라 화학 제품, 비료, 종이, 유리 등의 가공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원자재다.

투자회사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지난 수년간 천연가스 공급이 충분했으나 올해는 공급량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올 겨울철 날씨가 더 춥다면,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셰니어 에너지의 잭 푸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천연가스가 청정 에너지라는 인식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했다.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미 헨리허브 기준으로 100만BTU(열량단위)당 5달러(선물 기준)도 돌파했다. 2014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CNBC 제공
전 세계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는 크게 헨리허브와 네덜란드 TTF, 동북아시아지역의 JKM으로 나뉜다. 미국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천연가스 운송선 등 고비용 운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서다. 푸스코 CEO는 “경제 재개 이후엔 미국에서도 2달러대의 천연가스를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100만BTU당 5달러대인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및 아시아에선 20달러 이상이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기업은 향후 20년간 생산할 물량의 90%를 이미 매도한 상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최근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의 충격도 가시지 않고 있다. 멕시코만 지역의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시설 중 77.3%가 여전히 폐쇄된 상태여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내 천연가스 저장량은 지난 5년간 평균치 대비 현재 7.4% 부족하다.

투자자들은 안테로리소스 등 천연가스 생산업체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뛰면 이들 종목의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 종목인 안테로리소스 주가는 올 들어서만 3배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천연가스 관련 종목의 주가는 올 들어 많이 상승했다.
오메가 패밀리오피스의 레온 쿠퍼맨 CEO는 “천연가스 저장량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바이든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동안 천연가스는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IA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올해 미국 전체 발전량의 35%, 내년에는 3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에너지당국이 예상하는 천연가스의 올해 평균 가격은 100만BTU당 4.69달러다.

EIA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석탄 발전 비중이 작년 20%에서 올해와 내년 모두 24%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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