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변호사 살인 '그알'서 어떤 고백했길래

제주도의 대표적 장기 미제(未濟) 사건인 ‘변호사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22년 만에 검거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해외 체류 중이던 조직 폭력배 출신 김 모(55) 씨가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20일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경찰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유력 용의자의 발언에 주목하고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에 끝났는데, 김 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 8개월여 동안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현행법상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 그 기간만큼 공소시효가 늘어나기 때문에 제주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5년 8월이 됐다.그리고 김 씨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결정적이었다.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태완이법 적용 기준은 2015년 7월 31일이었는데, 김 씨는 이로 인해 늘어난 공소시효 덕분에 가까스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경찰은 즉각 인터폴 수배를 내렸고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김 씨는 캄보디아의 한 검문소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김 씨는 제주 지역 폭력 단체 조직원으로, 두목(2008년 사망)의 지시를 받고 같은 파 조직원 손모(2014년 사망) 씨를 통해 이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변호사(당시 44세)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상태였다. 사고 현장에 지갑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원한이나 살인 청부에 의한 계획범죄로 추정됐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준표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14기)로 약한 이들에게는 선행을 베푸는 등 미담이 자자했다. 서울·부산지검 검사를 거쳐 고향 제주로 내려와 개업했다가 화를 당했다.
당시 경찰은 살인에 쓰인 흉기도 특징짓지 못했고 현상금까지 걸면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김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출연 당시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도피 중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 변호사 사건을 잘 안다고 직접 연락했다.

그는 두목의 명령에 따라 동갑내기 조폭 '갈매기'를 시켜 이 변호사를 손보려 했다고 주장했다.

갈매기는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도 했다.

이 변호사의 거센 저항에 우발적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이지만 증언 중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정황이 여러 가지 나왔다.

살인에 쓰인 흉기를 메스 같은 칼을 갈아서 날카롭게 만든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심장까지 관통한 흉기를 특징짓지 못했었으나 김 씨의 증언대로 실험 결과 갈비뼈를 뚫고 심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당시 방송에서 표창원 교수는 "갈매기가 했다는 내용에 갈매기를 빼고 김 씨를 넣으면 모든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 또한 "20년 전 일을 이렇게 디테일하게 기억하기는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의 동거녀 또한 방송을 보고 "그가 취중에 변호사를 죽인 적이 있다고 말한 적 있다"라고 말해 신빙성을 더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김 씨가 자신에게 살인을 지시한 이를 압박하기 위해 이같은 제보를 직접 한 것이 아닌지 추측했다.

김 씨는 방송 직후 "프로파일러가 공돈 버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라면서 "그날 사건 현장에 계셨냐"는 질문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고 해도 날 처벌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방송 직후 김 씨는 다시 해외로 잠적했지만 국제 공조로 검거돼 죗값을 치르게 됐다.김 씨는 21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데, 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했던 경찰은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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