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주택 복비 990만→550만원…"집값 너무 올라 체감 어려워"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안 확정

매매 6억 미만·전세 3억 미만은
종전과 같은 수수료 적용
아파트값 급등으로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매매 및 임대차 중개보수 부담을 완화하는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안’을 20일 확정 발표했다. 시민들이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의 상가단지를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정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중개수수료 개편에 나선 것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늘어나는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4년 전 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면 중개수수료가 200만원가량이었지만, 현재 집값이 9억원으로 올라 중개수수료가 810만원에 이른다.

앞으로 9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는 최대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6억원의 전세 거래는 최대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집값과 수수료가 연동하는 구조는 기존과 같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한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가구간 집중적으로 부담 낮춰

국토교통부가 20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의 핵심은 거래 비중이 늘어난 6억원(전세 3억원) 이상의 중고가 주택을 매매할 때 내야 하는 중개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6억원 이상 주택거래 비중은 2015년 20.3%에서 지난해 38.5%까지 늘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2500만원에 달한다. 4년간 아파트 가격이 63% 폭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중 절반가량은 1000만원에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내고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매매가 9억~15억원 구간에 대한 수수료율을 1개에서 3개로 세분화했다. 최고요율 구간도 종전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였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거래금액 상향에 따른 보수부담 급증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된 셈이다. 현행 제도에선 9억원 이상은 일률적으로 0.9%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9억~12억원에 0.5%, 12억~15억원에 0.6%, 15억원 이상은 0.7%의 요율이 설정된다. 9억원짜리 주택 거래 시 수수료 상한은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약 44.4%가 준다. 6억~9억원 구간의 요율은 0.5%에서 0.4%로 0.1%포인트 낮아진다.전세 등 임대차 계약 시 3억~6억원 구간의 수수료율은 현재 0.4%에서 0.3%로 인하된다. 지금은 6억원 이상부터 모두 0.8%가 적용되지만 앞으론 6억~12억원은 0.4%, 12억~15억원은 0.5%, 15억원 이상은 0.6%의 요율이 차등 설정된다. 6억원 미만 매매와 3억원 미만 전세의 중개 수수료는 종전과 같다.

확정안은 정부가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3개 안 가운데 가장 유력했던 2안을 거의 그대로 채택했다. 다만 “영세 공인중개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 업계 건의를 반영해 임대차 6억~9억원 구간 요율을 0.4%로 0.1%포인트 높였다.

수수료율 인하 효과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서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올해 1~8월(20일 기준) 아파트 거래현황을 가격대별로 보면 전국은 4억원 이하가 73.3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7억원 초과 거래비중이 61.32%에 달했다.

수수료 낮춰도 불만 여전

개편되는 중개보수 체계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고정 요율이 아니라 상한 요율 방식이다. 상한 내에서 이용자와 중개인이 협의해 요율을 정할 수 있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고정 요율이 되면 경쟁이 차단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프롭테크 업계의 중개보수 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 기회가 위축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해당 개편안은 이르면 10월께 전국에서 동시 시행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 시기가 달라지거나 늦춰지는 등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요율 상한 등을 직접 규정하기로 했다. 기존 시·도별 관련 조례의 요율이 시행규칙 요율보다 높으면 자동으로 조례 효력이 사라지게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행규칙 개정 전이라도 지자체가 먼저 조례를 개정할 경우 시행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매수·매도자가 개편 예정인 중개보수를 적용해 계약을 요구하면 사전 인하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수수료 경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5억원짜리 아파트가 10억원이 됐을 때 낮아진 요율을 적용하더라도 수수료 부담이 2.5배 늘어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개수수료 논란은 종전의 중저가 주택이 중고가 주택이 되면서 촉발된 것”이라며 “근본 원인인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흐름이 지속되는 한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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