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쓴 항소이유서 '복붙'한 변호사, 수임료 소송 패소

의뢰인이 쓴 항소이유서를 그대로 베낀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변호사가 수임료 반환 소송에서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1부(노태헌 김창현 강영훈 부장판사)는 의뢰인이 A변호사(사법연수원 14기)를 상대로 낸 변호사 수임료 반환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의뢰인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의뢰인은 2011년 특정경제 범죄가중 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상고심에 대비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A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고 보수 2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의뢰인은 A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하려는 상고이유서의 초안과 자신이 항소심 때 직접 썼던 항소이유서가 똑같은 것을 발견했다. 의뢰인은 A변호사에게 보수 반환을 요구하고 대법원에 변호인 해임서를 제출했지만, A 변호사는 이미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뒤였다. A변호사가 전체 보수 가운데 400만원만 돌려주자 의뢰인은 “나머지 1600만원도 돌려달라”며 2019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변호사가 몇 차례 의뢰인을 면회하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것 외에 별다른 소송 수행을 하지 않았다”며 “2000만원의 40%인 800만원이 정당한 보수이고 나머지 8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A변호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A 변호사)가 처리한 사무의 정도와 난이도, 기울인 노력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보수 금액은 800만 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고이유서 내용이 원고가 작성한 항소이유서와 유사하지만, 항소심 판결문의 내용이 일부 추가되고 몇 개의 대법원 판결 요지가 간략히 적시되거나 법리를 다투는 등 일부 내용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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