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 앵커, 생방송 중 탈레반 전화 받아 '극적 인터뷰' [영상]

아프간 출신 앵커에게 전화한 탈레반 대변인
'스피커폰' 켜고 극적인 30분 인터뷰

공개처형·사지절단형벌 사용 여부, 답 안 해
탈레반 대변인과 즉석 인터뷰를 진행한 얄다 하킴/사진=BBC 뉴스 영상 캡처
아프가니스탄 출신 BBC 앵커가 생방송 중 무장단체 탈레반의 전화를 받은 후 즉석에서 30분 인터뷰를 진행했다.

15일(현지시각) BBC월드 앵커 얄다 하킴는 방송을 진행하던 중 탈레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얄다 하킴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향후 정세를 듣기 위해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지만 "탈레반 대변인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즉석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마이크 옆에 둔 채 스피커 폰을 이용해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킴은 전화 연결 후 "당신들의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변인은 "탈레반 지도부는 군대를 카불 입구에 대기시켰으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 우리(탈레반)는 국민과 이 나라의 하인"이라며 "카불 시민들의 생명, 재산, 안전을 보장한다"면서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강조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게 되면서 국제적으로 우려를 받고 있는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물었다. 하킴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절망적인 감정을 겪고 있는 전국의 모든 젊은 여성과 소녀들을 위해 입장을 말해달라"고 말하자, "여성들의 권리와 학교에 다니는 걸 보장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과 즉석 인터뷰를 진행한 얄다 하킴/사진=BBC 뉴스 영상 캡처
다만 공개 처형과 사지절단형벌의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샤힌은 아프간의 새로운 정부는 샤리아(이슬람 율범)이 적용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지만, 그건 판사들과 법에 달려 있다"며 "판사는 미래 정부의 법에 따라 임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리는 이슬람 정부가 될 것이며 (공개처형 등은) 미래의 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폭력에 연루된 탈레반 전사도 법원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탈레반 점령 후 떠난 각국의 대사관에게도 "계속 일을 하길 바란다"면서 "외교관 등 누구에게도 위험은 없을 것이다. 모두 과거에 하던 대로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 샤힌은 "우리는 모든 아프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바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 방향대로 우린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공정하게 평가하고, 공정하게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언급한 샤리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샤리아는 이슬람 율법으로, 탈레반은 과거 아프간을 통치하던 5년 동안 엄격하게 샤리아를 적용해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는 것과 같은 오락 활동도 금지시키고, 여성들을 교육과 노동에서 제외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불륜은 돌로 때려 죽여도 허용하고, 도둑질을 하다 잡히면 손을 자르는 등 가혹한 형벌을 허용했다.
/사진=얄다 하킴 소셜미디어 캡처
인터뷰를 마친 후 얄다 하킴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게재했다. 또한 자신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샤힌의 얼굴도 공개했다.

BBC 방송 책임자도 "이런 일은 방송 인생 중 처음 겪는 일"이라고 밝혔다. 방송인 아스마 미르는 "놀라운 인터뷰였다"며 "하킴은 절대적인 보스"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킴은 아프간 출신이지만, 태어나 얼마 안 돼 가족들이 말을 타고 아프간을 탈출했다. 이후 2년 동안 파키스탄에서 생활했고, 1980년대 중반 가족들과 함께 호주에 정착했다. BBC에 앞서 호주 방송국인 SBS에서 일했고, 6개 국어를 구사하면서 각종 언론상을 휩쓴 기자로 활약했다. 2012년부터 BBC에서 일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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