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금리 올려야 하나…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김익환의 BOK워치]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매파 4인 금리인상 교감
델타 바이러스 확산에
가계기업 심리 위축

일각 위중증 비율 낮아
민간소비 타격 크지 않을수도
가계부채·집값과열 우려는 커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움츠러든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2%를 웃도는 소비자물가와 빨라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시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어느 쪽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금통위원들과 한은 집행부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16일 한은과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참석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부처 수장 후보자 신분으로 금통위에 참석하면,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한 고승범 후보자가 이탈했지만, 금통위의 매파 색채는 여전히 짙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고승범 후보자 외에 조윤제·임지원·서영경·이승헌 위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1) 위축된 가계·기업심리


하지만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들 낌새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 숫자가 지난달 7일(1212명)부터 이날까지 40일 연속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번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민간소비·설비투자와 밀접한 가계·기업 심리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지난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2로 전달 대비 7.1포인트 하락했다. 올들어 처음 내림세를 나타낸 것이다. 7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7로 전달보다 1포인트 내렸다.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했다. 반등하는 실물경제가 재차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상당하다. 하지만 확진자 숫자가 늘어도 10~40대 경제활동인구의 치명률이 높지 않은 데다 백신접종으로 고령층의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지난 9일 한은에서 강연을 한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의과대 교수)은 10~40대 젊은층의 치명률은 0~0.06% 수준으로 분석했다.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늘어도 경제활동 위축으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미 경험한 가계가 온라인 교육·상거래 등으로 우회수단을 찾아 씀씀이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 빚더미에 눌린 자영업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의 살림살이가 나날이 나빠지는 것도 금리인상에 부정적 기류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금은 지난 3월 말 831조8000억원으로 작년 3월보다 18.8%(131조8000억원) 늘었다. 대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고치다. 지난 3월 말 여러 금융회사서 차입금을 조달한 동시에 저소득·저신용인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11.0%(차주수 기준)다. 거리두기 격상으로 벌이가 시원치 않은 가운데 금리마저 오르면 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3) 치솟는 밥상물가


올해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목표치(2%)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은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길 변수로 꼽힌다. 물가는 지난 4월(2.3%), 5월(2.6%), 6월(2.4%), 7월(2.6%)에 넉 달 연속 2%를 웃돌았다. 밥상물가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잿값이 고공 행진한 결과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2012년 후 처음으로 2%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압력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 집값 달구는 가계부채


치솟는 가계부채와 뛰는 집값도 금리인상의 명분으로 거론된다. 차입비용이 불어나면 가계의 차입금 조달과 집값 투자 유인이 꺾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부채는 2051조361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208조1427억원) 늘었다. 불어난 가계부채는 집값 과열을 불러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8배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고승범 후보자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지금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면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이른바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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