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쥔 '영리치' 잡아라"…판교에 줄선 PB·수입차 딜러들

직원들, 투자 1순위는 부동산
내집 마련·꼬마빌딩까지 매입
수입차·명품 등 구매도 잇따라
테크기업의 잇단 상장으로 탄생한 ‘영리치’들이 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사주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을 통해 목돈을 거머쥔 이들은 대체로 부동산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리고 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WM사업부 연구위원은 “최근 직장인 2030세대는 부동산을 1순위 투자 대상으로 꼽는다”며 “무주택자는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미만의 아파트, 유주택자는 입지를 한 단계 점프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테크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 판교 지역 주택을 찾는 수요가 가장 많고, 그 외에는 서울 용산과 한남 등을 선호한다”며 “30~40대가 대부분이지만 20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이미 내집 마련을 이룬 직원들은 ‘꼬마빌딩’ 등 월세 수익과 시세 차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주목했다. 김주환 원빌딩 대표는 “땅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보니 아파트보다 시세 차익 기대가 높고, 대출이 잘 나오는 꼬마빌딩을 안정적 투자수단으로 찾는 30대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테크기업의 ‘영리치’가 늘어나자 이들의 자산 상담을 위해 판교 일대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센터들은 인력을 늘리고 있다. 이 지역엔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비롯해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권 PB센터가 다섯 곳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강남PB센터에서 분당권역도 함께 맡았지만, 분당에 부자가 늘어나면서 독립된 PB센터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를 구매하거나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직원도 많았다. 판교 지역 한 수입차 딜러는 “이 일대 수입차 매장은 주말마다 시승과 상담 예약이 가득 차고, 인센티브로 수천만원을 받는 딜러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술 경매시장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미술품을 현금으로 사들이는 큰손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한 경매사 관계자는 “지난 경매에서 30대 젊은 부부가 처음으로 찾아와 15억원대 작품을 낙찰받았다”며 “부동산보다 세금 부담이 적고, 내 집에 걸어놓고 즐길 수 있어서 젊은 세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명품시장에는 20~30대 남성을 위한 전문 명품매장이 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테크기업의 2030세대를 겨냥한 키덜트(키드+어덜트)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판교 지역 피규어 매장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마트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레고스토어 1호점’ 등은 테크기업 2030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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