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 지속가능할까?" [허세민의 더 나은 지구]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 상승 부담 ↑
재활용 제품도 폐기 피할 수 없어
"화학적 방식의 재활용 확대돼야"
사진=AFP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플라스틱의 공급 부족 탓에 패션업계가 떠안는 비용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 역시 결국엔 폐기된다는 점에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섬유로의 전환은 환경에 즉각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적, 환경적 비용이 따른다"고 지적했다.패션계가 최근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 상승이다. 2019년까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은 1톤당 1,050유로(약 144만원)였다. 일반 플라스틱 가격보다 200유로(약 27만원) 가량 저렴했다.

그러나 현재 재활용 플라스틱의 단가는 1435유로(약 197만원)로 뛰어올랐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오히려 패션 브랜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량이 재활용 플라스틱의 단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재활용 패션기업은 급증하는 데 반해 원료인 재활용 플라스틱은 낮은 재활용률 등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4~1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활용 페트병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플라스틱 사용을 제재하는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일반 플라스틱 포장에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내년 4월부터 30%의 재활용 내용물이 포함되지 않은 포장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재활용 페트병 생산업체도 공급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페트병 생산업체인도라마 벤처는 재활용 페트병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3억 달러를 대출받기도 했다.

공급 확대로 재활용 페트병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옷, 신발 등도 언젠가는 버려진다는 한계다. 폐플라스틱을 기계로 분쇄해 녹이는 기계적 재활용에서 나아가 반복적 사용에 적합한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화학적 재활용은 화학반응을 통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일반 플라스틱 제품의 성질과 비슷하고 반복적 재활용에도 품질 변화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에너지 조사기관 S&P 글로벌 플래츠의 롭 스티어 석유화학 분석가는 "플라스틱, 특히 폴리에스테르 의류의 장기적 해결책은 화학적 재활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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