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강행 명분쌓기 나선 與…"野대안 수렴 후 다시 협의"

문체위, 심의 전격 보류
세계신문협회도 "반대" 성명
野 '5배 손배' 조항 삭제 추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전격 연기됐다. 강행 처리를 예고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측의 대안을 받고 나서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야당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 핵심 조항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큰 만큼, 이번 연기가 향후 입법을 강행하려는 여당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회의가 미뤄진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오는 15일까지 야당 측 대안을 달라고 했다”며 “17일쯤 전체회의를 재개해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조항을 뺀 자체 개정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개정안은 공직자 비리와 권력형 비리를 봉쇄하려는 법”이라고 지적했다.야당 대선주자들도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소 조항과 위헌적 색채로 가득한 여권발 개정안은 국민이 활용하긴 어렵고, 권력자가 남용하긴 쉬운 법”이라며 “최근 몇 년간 언론 오보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10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시위에 참여해 “이 법이 정부 의지대로 통과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가 제약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 유관 단체 및 해외 기관 반대도 민주당 측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날 한국신문협회는 세계신문협회가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보내왔다고 발표했다. 1948년 설립된 세계신문협회는 60여 개국, 1만5000개 언론사가 가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다.

여당이 여러 차례 이달 중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입법을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국민의힘 문체위 의원들은 언론중재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된다. 그러나 야당 측 3인 중 한 명을 차지하는 비교섭단체 의원 자리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에게 자동 배정될 전망이라 소집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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