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화되는 中 빅테크 규제…텐센트 압박에 검찰도 가세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사진=REUTERS
중국 정부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검찰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에 민사 공익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중국 빅테크 경쟁력이 미국에 밀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가 소송 제기 발표 직후 삭제했다.

패소 시 거액 배상 전망

8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베이징 검찰은 위챗의 '청소년 모드'에 청소년보호법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청소년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한다면서 공익소송 대상으로 판단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소송에 참여하려는 기관·조직은 30일 이내에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텐센트의 구체적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위챗은 실제 이용자 수가 12억명에 달하는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다. 중국에선 대부분 위챗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상품 결제를 하며, 동영상 등 게시물을 올리고 관심사를 공유한다. 텐센트는 지난해 10월 청소년 모드를 출시했다. 최신 버전은 부모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 동영상 스트리밍, 신용카드 사용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텐센트 측은 성명을 통해 "청소년 모드의 기능을 성실히 검사하고 이용자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민사 공익소송에 진지하게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검찰이 빅테크를 상대로 이러한 방식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이며, 패소할 경우 상당한 벌금 및 배상액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빅테크 규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반독점, 금융업 제한, 소비자정보 감독 등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교육, 음식배달, 게임 등 민간 부문 전반으로 규제를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공업정보화부가 텐센트, 알리바바 등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소집해 최근 시작된 '인터넷 산업 집중 단속'과 관련해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텐센트는 앞서 위챗 보안기술을 업그레이드한다며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신규사용자 등록을 일시 중단했다. 또 지난 3일에는 미성년자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을 추가로 줄이고, 12세 미만 이용자의 게임 아이템 구매를 제한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섰다.

텐센트는 또 지난 6일 저녁 텐센트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경제에서 중국과 미국 간 확대되는 격차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와 텐센트연구소 위챗 계정에 게재했다가 모두 삭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6~2018년 급성장한 중국 빅테크들이 현재 성장 둔화에 직면했으며, 매출과 시가총액에서 모두 미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과거 산업혁명 기회를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보 발달과 디지털 혁명의 역사적 기회를 꽉 붙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SCMP는 "해당 보고서는 중국 검찰이 텐센트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이후 삭제됐다"면서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고서가 민감한 주제를 다뤘음을 강조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당국의 규제와 관영매체 보도로 주가 폭락사태가 촉발된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의 시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인터넷기업 순위에서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하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총 합계가 올해 중반까지 세계 상위 7개 인터넷기업 시총 총액의 13.3%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말의 17.4%, 2017년말의 23.8%에서 크게 줄어든 규모다. 올 2월 최고점을 기록했던 텐센트의 주가는 최근 고점 대비 40% 이상 내렸다.

메이퇀에도 반독점 벌금 관측

중국 당국은 중국 최대 음식배달업체 메이퇀뎬핑에 독점 규정 위반을 이유로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메이퇀이 시장의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입주 기업과 경쟁사, 소비자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메이퇀은 중국 음식배달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백만 개의 식당과 관련 업종 상인을 위한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음식배달 외에도 호텔 예약, 식료품 판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시장감독총국은 메이퇀이 광둥성 지역 요식업계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다른 플랫폼에 등록하면 징벌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독점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퇀은 독점 행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플랫폼 이용 상인들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고, 독점 약정 규정을 폐지하는 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음식배달 플랫폼의 배달원 권익을 보호하는 지침도 내놨다.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들에게 배달원 사회보험 가입 의무를 부과하고, 보수적으로 계산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을 해당 지역의 노동자 최저 임금 수준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