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71만건 조사, '실거래가 띄우기' 고작 12건 찾았다

국토부, 시세조작 적발했지만
전문가 "일부 작전 세력들이
집값 올렸다는 정부 주장 무색"
고가의 부동산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로 신고해 시세를 높인 뒤 거래를 취소하는 ‘실거래가 띄우기’가 정부 조사에서 처음 적발됐다. 하지만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해 나온 사례는 12건에 불과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작전세력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정부 주장이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은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 이뤄진 전국 주택 거래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해 거래 신고 이후 잔금 지급 기간(60일)이 지나도록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은 거래 2420건을 적발했다고 22일 발표했다.국토부는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아파트 거래 중 특정인이 여러 차례 신고가로 계약한 뒤 취소한 거래 821건을 포착했다. 거래 당사자 간 관계, 계약서 존재 여부, 계약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해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 이 중 자전거래, 허위 신고로 의심되는 사례는 12건이었다.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처제 소유의 시세 2억4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딸과 아들 명의로 각각 시세보다 7500만원, 1억1000만원 비싼 가격에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를 제3자에게 시세보다 1억1000만원 비싼 3억5000만원에 팔았다.

국토부는 A씨가 자녀 명의로 가짜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계약금도 받지 않았다며 자전거래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분양 대행사 C사는 회사 소유의 시세 2억2800만원짜리 2채를 회사 임원들에게 3억원가량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이들 아파트를 제3자에게 2억9300만원에 팔았다.국토부는 지난 4월 80억원에 팔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아파트(전용면적 245㎡)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자전거래 등으로 의심할 만한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거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매도자인 반도건설 계열사 케이피디개발은 계약 당시 매수자에게 19억5000만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해줬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나온 법령 위반 의심 사례 69건은 전체 조사 대상의 0.009%에 불과하다”며 “실거래가 조작을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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