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때문에…또 제동 걸린 '제주 2공항'

환경부 "환경영향 평가서 미흡"
"공항 건설 사실상 무산" 관측도
제주도 서귀포 성산 일대에 지으려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 사업을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환경영향 관련 서류 내용이 미흡하다며 환경부가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선 이번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20일 국토부가 협의를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기관의 의견을 받아 검토한 결과 협의에 필요한 주요 사항이 재보완서에서 누락되거나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구체적인 반려 사유로 △비행 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이 밖에 저소음 항공기 도입 등 소음 예측 조건의 담보 방안, 맹꽁이의 안정적 포획·이주 가능 여부, 지하수 이용 영향 등에 대해서도 더욱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서귀포 성산 일대 546만㎡ 규모 부지에 연 1992만 명(2055년 기준)을 수용하는 공항을 짓는 프로젝트다. 기존 제주국제공항을 보완하는 부공항으로, 4109만 명에 달하는 제주도의 연간 항공 수요 48%를 분담하도록 설계됐다. 사업비는 총 5조1229억원에 달한다.국토부는 앞서 2019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환경부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지만 잇달아 보완 요구를 받았다. 작년 6월 환경부의 추가 보완 요구에 따라 진행된 이번 재보완서는 1년여 만인 지난 6월 환경부에 다시 제출됐지만 결국 퇴짜를 맞은 것이다.

국토부가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환경부가 적시한 반려 사유를 해소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정부 일각에선 국토부가 1년여간 보완한 서류가 반려된 만큼 다시 제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일단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최근 각종 지역 현안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보고서 보완을 요구하는 등 제동을 걸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강원 양양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대한 2차 보완을 요구했다. 양양군은 환경부의 재보완 요구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환경 보전’과 ‘개발 우선’ 주장이 충돌해 사업 추진이 장기간 난항을 겪은 사패산 터널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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