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與 적통경쟁, 현대 민주주의에 안맞아"

추격 거세지자 직접 반격

"적통은 왕세자 정할 때 따지는 것"
이낙연·정세균에 직격탄 날려

李 前대표 지지율 상승세에
"2017년 나도 오버하다 최악 결과"
< 온라인 기자간담회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열린 비대면 2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여권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내 ‘적통 경쟁’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 등 경쟁 후보들이 ‘지도자의 품격’을 강조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은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맞섰다. 경쟁 주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이 전 대표의 추격까지 거세지자 이 지사가 직접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나는 공격수” 반격 나선 이재명

이 지사는 16일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적통이라는 단어는 옛날 왕세자를 정할 때 나온 이야기”라며 “피를 따지는 건 현대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경쟁 주자가 스스로 민주당의 적통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나는 (당의) 중심에 있지 못한 사람이지만 당원은 모두 민주당 후보의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이날 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작정한 듯 자신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엔 “작은 뉘앙스를 가지고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예비경선 토론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부분적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고, 야당이 주장하는 안심소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것도 포용성의 하나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도가 오른 것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큰 흐름 속에 일어나는 파도 같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나도 지지도가 오르면서 ‘한번 제쳐봐야겠다’고 오버해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됐다”며 “장기적인 흐름이 그때는 안 보였지만 지금은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예비경선에서 공격을 삼간 데 대해선 “내가 원래 공격수인데, 반격도 하면 안 된다고 마음먹고 있으니 (공격을 못해서) 부들부들한 것 같다”며 “일종의 심리적 불안 상태, 마음은 공격하고 싶은데 억지로 참다 보니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속세, 사회적 대토론하자”

자신의 ‘추경 날치기’ 발언에 대한 야권의 공세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날치기는 언론에서도 자주 쓰는 표현 아니냐”며 “부당하게 발목 잡는 게 오히려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지사가 전날 “민생에 필요한 건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십자포화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의회민주주의를 묵살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날치기를 대놓고 주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사는 “상속세의 자본이득세 전환은 논의해볼 만한 과제”라며 “상속세 전반에 대한 사회적 대토론을 해봤으면 좋겠다”고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상속세가 삼성을 빼고 연간 6조~7조원이 걷히는 걸로 알고 있다. 현재 평균치로 걷히는 부분을 시뮬레이션해본 뒤 자본이득세나 자산이득세를 더 걷고 상속세는 그걸로 전환하는 건 어떨까”라며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곳이 전 세계에 꽤 많다”고도 했다.

복잡해진 민주당 경선 판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민주당 경선의 전선도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물론 2위인 이 전 대표도 후발주자의 공격 대상이 돼 대선주자 간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캠프는 1위인 이 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3위권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를 연일 공격 중이다.적통론을 고리로 난타전이 벌어질 조짐도 일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기에 그때부터 당을 지켜온 민주당의 맏며느리, 중심추”라고 자평하면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대표로서) 개혁을 뒷받침하는 똘똘한 법 하나가 아쉬웠다”고 비판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과 정부에서 맡은 직함과 역할이 많았다고 해서 정통성이 있다고 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때아닌 혈통 논쟁이라니 부끄럽다”고 했다. 반면 정 전 총리는 “정당이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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